그러나 23일 과거의 불법 대선자금 문제에 일단 고개를 숙였던 한나라당에서는 24일 들어 ‘왜 우리만…’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일 “비록 과거 일이지만 개탄과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으며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는 논평을 냈던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은 하루 뒤 “1997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인사와 관련된 도청만 이루어졌을 리 없다”며 ‘표적 공개 의혹’을 제기했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도 “X파일 녹취록에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대선 후보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 대한 지원 부분도 있다는데 유독 한나라당 관련 부분만 강조해서 나오는 것에 무슨 의도가 없는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과거 정치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 지금 왜 거론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유승민(劉承旼) 대표비서실장은 “도청 테이프가 군용 더플 백으로 2개라는데 왜 하필 우리와 관련된 내용만 공개됐느냐”고 불쾌해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휴가 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당내 소장파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이른바 ‘이회창(李會昌) 시대’와 현재를 단절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영남의 한 초선 의원은 “당내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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