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25일 평양 등에서 열린 남북 민족작가대회 기간 중 남측 참가단의 요청에 따라 평양시 용성구역 용궁1동에 있는 ‘재북 인사(납북 및 월북 인사) 묘역’을 공개했다.
이곳에는 소설가 춘원 이광수(春園 李光洙), 국문학자 위당 정인보(爲堂 鄭寅普), 안재홍(安在鴻) 전 민정장관, 현상윤(玄相允) 고려대 초대 총장, 김약수(金若水) 초대 국회부의장, 송호성(宋虎聲) 전 국방경비대 총사령관, 백상규 전 적십자사 총재, 무정부주의 애국지사 박렬(朴烈) 등 6·25전쟁 당시 납북 및 월북한 저명인사 62명의 묘가 조성돼 있다. 이 중 제헌의원을 지낸 이는 23명, 2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는 21명이다.
묘역 안내원은 “원래 이들의 묘는 평양시 삼석구역 정동, 형제산구역 신미리, 용성구역 용추동 등에 흩어져 있었는데 2003년부터 여기 안치하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계속 조성 중”이라며 “친일 반공 인사들 묘도 있지만 ‘통 큰 정치’의 일환으로 안치했다”고 말했다.
21일 남측 대표단이 방문했을 때 6·25전쟁 중 월북한 제헌의원인 최태규(85)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상무위원이 묘역에 나왔다.
최 씨는 춘원 묘를 가리키며 “춘원은 알려진 것처럼 전쟁 중 폭격 당해 숨진 게 아니라 폐결핵이 심해져 만포 소재 군 인민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차 안에서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쟁 전 미국 군정장관을 지낸 딘 소장이 전쟁 중 사병 복장을 한 채 인민군에 체포됐을 당시 안재홍 선생이 찾아와 그가 딘 소장임을 알아보고는 면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씨는 “강원 정선군 동면 화암리에 내 친지들이 있으니 안부를 전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재북 인사 묘역에 안치된 62명▼
강욱중 김경배 이구수 정인보 김옥주 황윤호 박윤원 김병회 송호성 이문원 안재홍 배중혁 원세훈 유기수 김효석 박철규 신석빈 김약수 조종승 박보렴 이만근 백상규 양재하 조헌영 김칠성 박승호 명제세 현상윤 김종원 백관수 허영호 박 렬 구덕환 이춘호 신성균 신상봉 설민호 권태희 김용무 김상덕 이광수 이상경 백승일 박영태 김장렬 오정방 김헌식 장연송 김의환 장현식 김종선 김동원 이종성 노일환 정인식 김이식 김구홍 이순택 김한규 고명우 신용훈 박성우(묘역 앞줄부터)
평양=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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