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정치권과 검찰, 국정원이 모두 관련돼 있는 만큼 검찰 수사 또는 국정원 자체 조사에 맡기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녹취록에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를 비롯해 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관계자들이 집중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표적 공개’라고 주장하며 방어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파문의 또 다른 당사자인 삼성과 중앙일보가 일단 사과문을 발표한 데다 홍석현 주미 대사도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특검 도입을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노당 심상정(沈相정) 의원단 수석부대표와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도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검찰 관계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중견 검사는 “녹취록은 말만 있고 증거는 없는 사안이어서 검찰이 수사를 해도 또다시 특검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며 “그럴 바엔 처음부터 특검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조심스럽다.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일단 검찰 수사와 국정원의 자체 조사를 통해 녹취록과 관련된 의혹의 진상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며 “만약 그래도 미진한 부분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다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선(先) 검찰 국정원, 후(後) 특검 도입’ 방침이다.
그러나 내심은 특검에 부정적이다. 특검을 도입하면 녹취록에 나오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관련 대목도 수사 대상이 된다. 이 경우 가뜩이나 나빠진 호남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결국 특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오영식(吳泳食) 원내공보부대표는 “녹취록 파문의 실체를 제대로 밝힐 수 있는 방법이라면 특검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