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3월부터 2001년 4월까지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재직한 이 씨는 이날 연합뉴스에 보낸 해명 자료와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도청 내용은 일절 말할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씨에 따르면 1999년 여름 공 씨에게서 도청 테이프 200여 개와 녹취록 등 박스 2개 분량을 반납 받아 천용택(千容宅) 당시 국정원장에게 개요만 보고하고 같은 해 12월 20∼23일경 국정원 소각장에서 모두 태웠다는 것.
천 전 원장은 이씨의 보고를 받고 “알았다. 검토해 보라”고만 말한 뒤 더 이상 묻지 않았다고 그는 전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을 지낸 이건모 씨가 28일 연합뉴스에 보낸 해명자료. 특수도청 담당 미림팀이 김영삼 정부 당시 도청자료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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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도청 자료가 공개된다면 상상을 초월한 대혼란을 야기하고 모든 분야에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옷 벗을 각오로 소각 처리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권 실세에 도청 내용이 제공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일절 보고하지 않았다”며 “천 전 원장의 후임인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청 테이프가 더 있을 거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량을 회수했다고 자신할 수 없다”면서도 “설령 외부에 (테이프가) 더 존재한다고 해도 이번 일로 세상에 나타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 씨는 “내가 입을 열면 안 다칠 언론사가 없다”며 도청 자료의 추가 존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 씨는 국정원 광주지부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12월 국정원 내부 감찰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2003년 4월 구속기소됐으나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근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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