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변호사는 “박 씨는 자신의 생각과 달리 MBC 기자가 미국까지 동행하려 하자 공항에서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하는 도중 국정원 직원들이 나타나 연행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도청 테이프와 관련해 강 변호사는 “이 기자가 지난해 12월 테이프를 받기 위해 뉴욕으로 갔으나 박 씨가 서울에 있는 한 지인의 집에 테이프를 보관 중인 사실을 알고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며 “그 후 박 씨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때 항공료를 이 기자가 부담했다”고 말했다.
또 강 변호사는 “1999년 9월 박 씨가 이학수(李鶴洙)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에게 녹취록을 보여 주자 이 본부장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 똑같은 게 또 있습니다’고 말했다더라”고 전했다.
강 변호사는 변호인 자격으로 검찰에서 박 씨를 두차례 면담했다. 강 변호사는 “13대 국회의원 시절 뉴욕을 방문했을 때 처음 박 씨를 만났으며 박 씨는 내 정치적 후원자 비슷하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박 씨가 친구인 이모 씨에게서 국정원 직원 임모(58) 씨를 소개받았다”며 “임 씨가 국정원 복직을 희망한다고 해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거론하며 ‘좋은 정보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임 씨가 공운영 씨를 소개해 줬다”고 전했다.
이후 박 씨는 공 씨에게서 받은 도청 문건을 갖고 임 씨와 함께 박 장관을 찾아가 전달했으며, “청와대에 자리 하나 어떻게 안 되겠느냐”고 부탁하며 임 씨의 이력서를 함께 건넸다는 것.
강 변호사는 또 “박 씨가 박 장관에게 ‘모 공기업에 납품하는 이 씨를 잘 부탁한다’고 하자 박 장관이 ‘전화를 해 놓을 테니 찾아가 보라’고 말했다더라”고 전했다.
박 씨는 1999년 삼성그룹 임원을 최소한 세 번 이상 만난 얘기도 강 변호사에게 털어 놨다.
이 본부장과 처음 만나 얘기를 할 때는 흥정이 잘될 것 같았는데 나중에 두 차례 만난 모 변호사가 고압적으로 나와 일이 잘 안됐다는 것.
한편 MBC 관계자는 이 같은 박 씨의 주장에 대해 “박 씨가 26일 출국해야 되겠다고 말해 마지막 인터뷰를 하기 위해 취재기자를 따라가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