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단은 24일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북한 대표단을 만나 회담의 공식 개막에 앞서 사전 양자협의를 가졌다. 25일에는 미국 일본과 각각 양자협의를 통해 6자회담 전략을 조율했다.
통상 회담 개막일(26일)에 열리는 전체회의가 ‘양자협의 우선’ 분위기로 인해 27일로 밀렸고 28일 오전으로 예정된 수석대표회의도 북-미 양자회담이 길어지면서 다음 날로 연기됐다.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대표끼리 양자회담을 할 때 나머지 대표단들은 소파나 화장실 등에서 꾸준히 상대방과 접촉한다”며 “회담장의 라운지는 각국 대표단의 로비의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왜 양자협의가 이처럼 줄을 잇는 것일까. 무엇보다 각국 대표단이 전체회의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적인 회담’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체회의는 100명이 넘는 각국 대표단과 통역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기 때문에 활발한 의견 교환의 장소로는 적절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와는 달리 수석대표를 중심으로 3∼5명의 실무자들이 참석하는 양자협의에선 각국 대표단 간에 속 깊은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 27일 각국 수석대표의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미국의 북핵 해법이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회담장 분위기가 괜찮았던 이유는 양측이 사전에 양자협의를 통해 상대 측이 발언할 내용을 대부분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과 일본인 납치 문제를 푸는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일본은 어느 참가국보다 북한과의 양자협의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회담 개막일인 26일 일본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과 서서 잠시 대화를 나누자 일본 언론은 ‘초미니 양자협의’라며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 후 북한의 거부로 인해 공식적인 북-일 양자협의는 28일까지 열리지 않았다.
그동안 1∼3차 6자회담은 회담 첫날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다른 참가국들이 크게 부딪치고 그 후 2, 3일간 전체회의 등을 통해 몇 번 더 얼굴을 붉히다 끝났다. 이번에는 다양한 양자협의를 통해 회담이 종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만큼 1∼3차 회담보다 진전된 성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없지 않다.
베이징=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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