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정식 협상 상대로 삼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집요하게 물었다. 당시까지 중국 베이징(北京) 6자회담에서 북-미 간 직접 접촉이 세 차례나 열렸을 뿐 아니라 접촉 시간도 매번 2, 3시간을 훌쩍 넘기는 게 사실상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들이었다.
그러나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의 답은 한결같았다. “접촉은 했지만 협상은 아니다. 접촉도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이뤄졌을 뿐이다. 북한만 따로 만나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원칙적으로’ 극력 부인해 왔던 양자 접촉 형식이 부각되는 것을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답변이 반복되자 일부 기자들은 “(백악관이) 변화를 인정하길 두려워하고 있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백악관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양자 대화 금지 방침을 거의 포기하는 등 중요한 변화가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만약 몇 년 전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관련자들은 한 줄로 선 채 총에 맞았을 것”이라는 말도 인용했다. 1기 행정부 당시(2003년 8월) 국무부 북한담당 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의 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회담 형식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양자 접촉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이 핵개발 포기를 거부하는 북한 정권에 전보다 관대한 정책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는 것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공영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진척이 있을 때까지 오랫동안 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이 장기전이 될지 모른다는 말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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