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이미 ‘중대 제안’을 통해 전력지원이 경수로 건설을 대체하는 것이며 재원은 경수로 건설에 들어갈 24억 달러(약 2조4000억 원)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이 전력지원에 찬성한 것도 경수로 건설에 따르는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북한이 경수로 건설 재개를 들고 나온 것은 ‘핵 주권’만은 끝까지 거머쥐고 가겠다는 의도의 표명이다. 상대가 한 걸음 물러서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추가목표를 얻어내겠다는 전형적인 북한식 협상전술이기도 하다.
북한은 ‘평화적 핵 이용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 동결’을 전제로 한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핵을 개발한 전력(前歷)이 있다. 또 미국의 양보로 경수로 건설이 재개된다 해도 그 비용은 모두 우리가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전력지원에만도 수조 원을 부담해야 할 판에 국민여론이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북한이 ‘꿩(전력)도 먹고 알(핵 주권)도 먹겠다’는 행태를 보이는 데는 ‘북한 달래기’에 급급해온 우리 정부 및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해 온 미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복귀하면 북한도 평화적 핵개발을 할 권리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도 ‘먼 장래의 일’을 얘기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북에 틈새를 보였다.
이번 6자회담에서는 ‘원칙’과 ‘목표’만 정하고 핵문제 해결의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다음 회담으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렇다면 근본적 해결은 미룬 채 북에 끌려 다니며 지원만 계속 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셈이다. 한미 양국은 우선 경수로 건설에 대해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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