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검찰총장 “도청테이프 내용 보고 안받겠다”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1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비밀도청 조직인 미림팀 팀장이던 공운영(58) 씨 집에서 압수한 274개의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해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이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31일 “김 총장과 정상명(鄭相明) 대검차장 등 지휘 선상에 있는 간부들이 테이프 내용에 대해 일절 보고받지 않겠다는 뜻을 지난달 29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테이프 내용이 절대 공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한 열람과 보고는 주임검사와 부장검사 등 수사와 지휘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徐昌熙)는 미림팀의 도청 경위 및 도청 자료 유출과 보관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1일 공 씨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공 씨에 대해 방문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공 씨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이미 발부된 사전 구속영장을 집행해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검찰은 공 씨를 상대로 압수된 도청 자료가 1999년 국정원에 반납한 것과 동일한 것인지와 다른 도청 자료가 더 있는지, 다른 범죄 용도로 사용한 것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31일까지 공 씨 집에서 압수한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 등에 대한 검토와 분석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도청 배후 수사와 관련해 전 안기부 1차장 오정소(吳正昭) 씨를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재미교포 박인회(58·구속) 씨에게서 안기부 자료를 넘겨받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에게 1일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이 기자에게 1일 출석 요구에는 응하지 않도록 했으며 변호사와 상의한 뒤 언제 출석할지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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