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혼선 줄수도” 입다문 국정원

  • 입력 2005년 8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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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일 국회 정보위원회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잠시 의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날 정보위에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의 불법 도청 녹취록 파문과 관련한 자체 진상조사 상황을 중간보고했다. 김경제 기자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일 국회 정보위원회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잠시 의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날 정보위에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의 불법 도청 녹취록 파문과 관련한 자체 진상조사 상황을 중간보고했다. 김경제 기자
“아직 조사 중이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테이프 파문과 관련해 1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긴급 소집됐으나 국정원은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조사가 덜 끝났고, 검찰 수사와의 혼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정보위원들도 국정원에서 “상세히 보고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는 ‘사전 요청’을 받아서인지 국정원을 상대로 집요하게 추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회의는 2시간 만에 끝났다.

▽‘미림팀’ 재건 누가 지시했나=열린우리당 임종인(林鍾仁) 최재천(崔載千), 한나라당 공성진(孔星鎭) 의원 등은 안기부의 특수도청팀으로 알려진 미림팀이 1994년 재건된 경위와 도청 자료의 보고라인은 어땠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질문을 던졌다.

특히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 씨가 배후에서 미림팀 구성을 지시했는지, 현철 씨와 오정소(吳正昭) 전 1차장 및 미림팀장으로 이어지는 지휘체계는 어땠는지 등에 대한 국정원의 자체 조사 결과를 물었다.

또 미림팀이 만든 보고서가 김영삼 정부의 권력 핵심들에게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그 경로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국정원 측은 오 전 1차장과 공운영 전 미림팀장을 비롯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조사대상자 43명 중 35명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고 핵심 관련자 20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관련 내용을 밝힐 경우 관련자가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보고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추가 테이프는 없나=1999년 국정원이 공 씨에게서 반납받은 200여 개의 도청 테이프를 정말 소각했는지, 국정원이 현재 알려진 테이프 외에 추가로 보관 중인 테이프는 없는지 등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공 씨가 안기부에서 갖고 나가지 않은 테이프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국정원의 말대로 공 씨에게서 압수한 200여 개의 테이프를 소각했다면 이를 입증할 문서는 있는지 등을 밝히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또 다른 테이프가 있는지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임 의원은 전했다.

국정원은 복사본이 돌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없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천용택(千容宅) 전 원장을 이미 조사했는지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한편 국정원이 1999년 소각했다는 200여 개 테이프와 검찰이 공 씨에게서 압수한 274개 테이프가 동일한 것인가 하는 질의도 나왔으나 국정원 측은 “잘 모르겠다”고만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도감청 지금은 없나=열린우리당 임 의원은 “지금도 미림팀이 존재하느냐. 국민이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같은 당 정의용(鄭義溶) 의원은 국정원이 불법도청을 하지 않고 있다는 대국민 약속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국정원은 “미림팀은 해체돼 존재하지 않으며 국정원은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의한 합법적인 감청 외에는 불법 도청을 일절 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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