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변호사는 이날 밤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공 씨와 면담한 뒤 “공 씨가 810여 개의 테이프 중 3분의 1가량인 274개 정도를 무작위로 골라 들고 나왔고, 자신이 안기부를 떠날 때 다른 도청 테이프는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또 “공 씨는 자신의 결정 하에 자신이 직접 소각작업에 입회한 경우도 있었고 팀원들이 소각하기도 했다더라”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는 이어 “공 씨는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김대중(金大中) 후보에게 유리하게 기울면서 정권교체가 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 씨가 명예퇴직 권고를 받은 1998년 11월경 복사를 시작해 1999년 3월 면직 때 작업을 모두 끝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徐昌熙)는 안기부의 도청 테이프를 회수하면서 도청 행위를 묵인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천용택(千容宅) 전 국정원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천 전 원장은 1999년 국정원이 공 씨에게서 회수한 도청 테이프 중 일부를 김대중 정부 고위층에게 전달하는 등 도청 테이프를 활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도청 자료를 이용해 삼성에 돈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재미교포 박인회(58) 씨에게서 도청 녹취보고서를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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