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공포 회오리]본보 특종에 국정원 ‘적반하장’

  • 입력 2005년 8월 6일 03시 05분


국가정보원이 첨단 장비를 이용해 주요 인사들의 통화내용을 감청한다고 보도한 본보 기사(2002년 10월 25일자 A1면).
국가정보원이 첨단 장비를 이용해 주요 인사들의 통화내용을 감청한다고 보도한 본보 기사(2002년 10월 25일자 A1면).
국가정보원의 5일 발표로 ‘국가정보원이 광범위하게 휴대전화 불법 감청(도청)을 해 왔다’는 본보 보도(2002년 10월 25일자 A1·3면)가 결국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이 기사의 진위를 놓고 2년 6개월여간의 기나긴 법정 공방을 벌여 왔다.

본보는 당시 ‘국정원이 첨단 장비를 투입해 요인들의 휴대전화를 광범위하게 도청해 왔다’는 사실을 1면 머리기사로 단독 보도했다.

당시 기사는 △국정원이 휴대전화 도청기기를 보유했고 △이를 통해 정·관·재계는 물론 언론계 주요 인사까지 도청을 시도했으며 △가청거리가 반경 1km까지 이른다는 등의 내용. 5일 국정원의 발표 내용은 본보의 기사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해 준다.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한 가청거리에 대해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200m 이내와 도청대상을 정점으로 120도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고 밝힌 점이 다를 뿐이다.

당시 본보 보도가 있은 후 국정원은 즉각 공보관 이름으로 “도청을 안 해왔기 때문에 휴대전화 도청 장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연히 국정원이 오해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또 최모 씨 등 국정원 ‘통신기술 및 운영’ 담당 부서 직원 5명은 본보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소했고, 동시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정정보도와 함께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4월 1일 “국민적으로 도청에 대한 의심과 불안감이 만연한 상황에서 제보 내용이 매우 구체적인 데다 공익 목적으로 보도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죄가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도 6월 10일 “이 사건의 각 기사는 내용이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것으로서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의 중요성에 비춰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최 씨 등 2명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달 6일 다시 4억 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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