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르면 1993년 안기부 도청팀인 미림팀이 해체되면서 서기관급 팀장에서 사무관 보직으로 강등된 공운영 씨는 ‘언젠가 다시 도태될 수 있다’며 자기 방어수단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4년 6월 다시 미림팀을 맡게 되자 1997년 11월까지 3년 5개월간 만들어낸 도청 자료 중 테이프 274개와 녹취록 5권을 무단 반출했다는 것이다.
공 씨는 원본 테이프 274개를 복사하면서 음질 상태가 나쁜 13개는 복제품을 만들지 않았고 1999년 국정원에 원본 테이프들을 돌려줄 때도 이 13개는 제외했다.
1999년 직권면직된 공 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통신대리점을 운영하다 재미교포 박인회 씨를 만나 삼성과 거래할 계획을 꾸몄다. 삼성 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박 씨는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집무실을 찾아가 녹취록을 전달했다.
박 씨는 2004년 말 한국에 왔다가 당시 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 회장이 주미대사로 내정됐다는 신문보도를 보고 “테이프와 녹취록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MBC 이상호 기자에게 접근해 이를 건네줬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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