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 완전폐기 vs 核무기만 폐기…6자회담 장기전 가나

  • 입력 2005년 8월 6일 03시 05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이 11일째를 맞은 5일 북한과 미국은 이근(李根) 외무성 미주국장과 조지프 디트라니 북한담당 특사 간의 양측 차석대표 협의를 가졌으나 이견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북한은 평화적 핵 활동이나 시설은 핵 폐기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합의는 우리의 국익과 일치돼야 한다”며 “과거 몇 년간 (북한이) 연구용 원자로를 몇 주 내에 핵무기 생산용 시설로 전환했던 사례가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베이징에선 6개국이 합의문 도출을 위해 물밑 논의를 벌였으나 별 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회담은 중국이 2일 최종 초안을 제시한 이후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채 두 번째 주말을 맞게 되자 회담장 주변에선 휴회 가능성과 회담 장기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의장국인 중국은 4일 밤 6개국 수석대표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휴회를 제의할 방침이었으나 남-북-미 3국이 성과물을 낼 때까지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혀 일단 회담을 계속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각국 대표단과 기자단은 예약한 귀국 항공표를 취소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 대표단과 지원 인력 일부는 서울로 철수했다.

이런 가운데 합의 수준을 낮추거나, 평화적 핵 이용 문제 등 쟁점 사항을 모호하게 처리하는 선에서 합의문 도출을 시도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5일 “협상 결과의 내용은 가급적이면 모호성이 없는 게 좋다”면서도 “분명한 방식으로 전혀 타협이 되지 않을 때에는 불가피하게 모호성을 취할 수도 있고, 그런 게 필요할지는 조금 더 협상을 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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