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자신들의 사생활이 노출됐을 가능성에 불쾌감을 떨치지 못하며 국정원을 포함한 정보 당국이 감추고 있을지도 모를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단체들은 재발 방지의 근본 대책을 마련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 것을 촉구하면서 관련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충격과 불쾌감=회사원 김혜진(31·여) 씨는 “휴대전화 도청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경악했다”며 “이 기회에 도청과 ‘X파일’로 야기된 문제점들을 깨끗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는 유기봉(40) 씨는 “사생활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했고, 회사원 조헌용(33) 씨는 “모든 것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한기숙(32·여) 씨는 “그간 국정원의 밀실 공작 행태로 미뤄 짐작할 때 이번 사태도 별로 놀라울 것 없다는 게 주위의 반응”이라며 “국민이 얼마나 정부 정보기관에 냉담한지에 대해 정부는 다시금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을 밝혀라’=휴대전화 관련 사업을 하는 이현주(34) 씨는 “국가기관이 최근까지 도청을 자행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라며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많은 만큼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최명애(47·여) 씨는 “한국의 정보기관은 도청의 유혹을 떨쳐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의 말을 도둑질해 들을 필요가 없는 투명한 사회는 언제쯤 오겠느냐”고 한탄했다.
‘kilmer10’이라는 ID의 누리꾼(네티즌)은 “‘정보기관의 말단에서만 도청이 이뤄졌다’는 얘기는 특유의 오리발”이라고 비꼬았다. ID ‘iamlsw’는 “김영삼 김대중 정권의 도청, 삼성 커넥션 등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ID ‘gnyh43’을 쓰는 누리꾼은 “국가도 (정보를) 알아야 안전하게 (국가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도청은 어느 정부에서나 필요 불가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철저한 조사와 대책 촉구=참여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김대중 정부에서까지 도청이 계속된 것은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검찰은 도청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해 국정원의 불법 범죄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吳昌翼) 사무국장은 “도청을 이미 중단했다는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며 “국정원 국내정보 파트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지 않는다면 도청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이날 논평에서 “정부는 중립적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도청 실태 조사단’을 만들어 국민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도청에 관련된 관련자 및 책임자를 엄정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박준우(朴埈佑) 정책팀장도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의 역할과 정보공개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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