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부 초기부터 야당 의원들은 나름대로 피해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도청 공포’를 호소했다. 그러나 DJ는 “정권 유지를 위해 도청이나 고문, 불법 계좌추적 등의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말하고 싶다”(1999년 3월 법무부 보고회의)고 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청은 ‘한 적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999년 10월 당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던 이부영(李富榮) 현 열린우리당 고문은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8국(과학보안국)은 수많은 인원이 4개조로 나뉘어 365일 운영되면서 국내외 전화를 도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은 “도청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정원장) 직을 걸고 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던 2002년 9∼11월에도 국정원의 도청이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정·관·재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무차별 도청이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한 것.
당시 정 의원은 국정원이 ‘차량 탑재형 이동식 휴대전화 도청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폭로했지만 당시 신건 국정원장은 “세계 어느 나라 정보기구도 휴대전화를 도청하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국정원 조사결과 당시 정 의원이 주장한 차량 탑재형 도청 장비는 사실로 드러났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 장비는 무게 45kg으로 차량에 탑재해 휴대전화 사용자 반경 200m 내에서 감청을 할 수 있다.
최근 국가안전기획부 X파일 논란 과정에서도 DJ 정부의 도청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지만 당시 실세들은 한결같이 부인으로 일관했다.
DJ 정부 초기 안기부 기조실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문희상(文喜相) 열린우리당 의장은 최근 공식회의 석상에서 “국민의 정부 시절 도청은 완전히 근절됐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의 주범은 한나라당”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도청 관련 ‘국민의 정부’ 고위 인사 발언록▽
▲국정원에서 불법 감청이나 도청을 하는 일은 전혀 없다. 국정원은 (독자적인) 감청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다.(1999년 9월 21일 당시 천용택 국정원장)
▲정부는 휴대전화 감청기기를 단 한 대도 갖고 있지 않다.(2000년 11월 7일 당시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
▲국정원이 도청을 했다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며, 도청설이 근거가 없다면 도청설을 주장한 사람도 심판을 받아야 한다.(2002년 11월 29일 당시 신건 국정원장)
▲자기들이 하면 남도 한 것으로 생각하고 사는 것 같다.(2005년 8월 3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국민의 정부에서도 도청을 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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