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측 해군 최 대위. 감도는 매우 양호합니다. 앞으로 서해상 우발 충돌 방지를 위해 긴급 상황 시 신속히 연락을 취하도록 합시다.”
10일 오전 10시 경기 파주시 장단면 비무장지대(DMZ) 내 도라산전망대 옆의 군 상황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남측 해군 상황장교가 북측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벨 소리를 듣고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서해상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남북 군 당국 간에 첫 시험통화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남북은 그동안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공사를 지원하기 위해 양측 군부대 간 유선통신망을 가동해 왔으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전용 핫라인을 운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은 이날 통화 음질이 양호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팩스의 통신 상태도 점검했다. 남측은 서해상에서 불법 어로를 하고 있는 어선 총 148척의 좌표를, 북측은 33척의 불법어선에 대한 정보를 팩스로 서로 상대에게 통보했다.
이에 앞서 남북은 지난달 20일 제3차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대표회담에서 통신연락소 운영에 합의했다.
남북은 사흘간의 핫라인 시험통신을 거쳐 13일부터 통신연락소를 정식으로 개소한다. 통신연락소는 24시간 가동되며 시험통신은 매일 2차례(오전 9시, 오후 4시) 이뤄진다. 오전에는 팩스 라인을 통해 서해의 불법 어로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오후에는 전화로 통신 라인의 감도를 테스트할 예정이다.
남북은 앞으로 서해 해상과 공중, 경의선 철도 및 도로 통과지역 등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 통신연락소를 통해 즉각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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