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천 씨를 상대로 1999년 11, 12월 안기부 비밀 도청 조직인 미림팀의 팀장 공운영(孔運泳·구속 기소) 씨가 유출한 도청 자료(테이프 및 녹취록) 회수와 폐기 과정을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공 씨가 유출한 도청 자료를 반납하면서 함께 국정원에 제출했다는 천 씨 관련 테이프 2개와 편지 등의 존재 여부를 추궁했다.
검찰은 또 최근 국정원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감청장비(CASS·카스) 사용 명세를 토대로 천 씨의 국정원장 재직 시절 이 장비가 도청에 사용됐는지 조사했다.
천 씨는 귀가하면서 “녹음테이프는 국익을 위해 법에 입각해 정당하게 처리했다”며 “내용을 일부 보고 받았지만 죽을 때까지 말할 수 없으며 무덤까지 안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미림팀 재건과 운영을 주도한 오정소(吳正昭) 당시 안기부 1차장은 24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천 씨와 오 씨에 이어 이번 주 중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과 박일룡(朴一龍) 전 안기부 차장 등을 조사하기 위해 이들과 접촉 중이다.
검찰은 23일 공 씨를 국정원직원법 위반과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한편 도청수사팀은 유출된 도청 자료에 담긴 삼성의 1997년 대선자금 제공 대화 내용에 대한 수사 착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대검찰청으로부터 이른바 ‘세풍(稅風)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풍’은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국세청을 동원해 기업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사건이다.
검찰은 1998년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통해 삼성이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동생인 회성(會晟) 씨에게 최소 60억 원을 건넨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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