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위원장에 ‘속죄 술’ 받은 언론사사장 누구냐”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6분


2000년 8월 방북 당시2000년 8월 방북한 남측 언론사 사장들이 평양 목란관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박권상 KBS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최학래 한겨레 사장(오른쪽)이 김정일 위원장과 손을 잡고 오찬장으로 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0년 8월 방북 당시
2000년 8월 방북한 남측 언론사 사장들이 평양 목란관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박권상 KBS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최학래 한겨레 사장(오른쪽)이 김정일 위원장과 손을 잡고 오찬장으로 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 월간지 ‘금수강산’ 8월호가 보도한 2000년 8월 남한 언론사 사장 56명의 방북 당시 일화의 진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반공보수 언론사 사장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격찬했다’는 내용과 ‘김 위원장이 한 사장에게 반북(反北) 선전한 것을 속죄하는 술을 권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본보가 방북했던 사장 중 10여 명과 통화해 당시 상황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은 이 보도내용이 과장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속죄 술’ 권유나 언론사 사장의 김 위원장 치켜세우기 발언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렸다.

▽김 위원장의 ‘속죄 술’ 권유=김 위원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함께했던 당시 신문협회장 최학래(崔鶴來) 한겨레신문 사장, 방송협회장 박권상(朴權相) KBS 사장, 신문협회 부회장 금창태(琴昌泰) 중앙일보 사장 등은 김 위원장의 ‘속죄 술’ 관련 발언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 앉았던 당시 장명수(張明秀) 한국일보 사장은 김 위원장이 ‘속죄 술’을 권하지는 않았지만 남측 언론사 사장들이 반성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장 사장은 “언론사 사장들 중 30년쯤 기자생활을 한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하자 김 위원장은 ‘그동안 나에 대해 나쁜 기사를 많이 썼겠다. 나를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탈북자들이 내가 기쁨조와 놀아나고 술이나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것을 (남쪽) 언론들이 그대로 쓰지 않았느냐. 반북 선전 기사를 쓴 사람들이 속죄할 길이 있다.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축하객으로 다시 방북하면 된다’고 농담처럼 말했다”고 전했다. 장 사장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특정인을 지목해 ‘사죄 술’을 마시라고 권유하지는 않았다”면서 “만약 권유했더라도 사장들이 그대로 따랐겠느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세계 제일’ 발언=이에 대해서도 증언이 엇갈린다.

최학래 사장은 “북한 언론이 과장한 것 같다. 김 위원장에게 누군가 ‘호탕하다’는 말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참인간’이니 ‘세계에서도 단연 제일’이라는 말을 어떤 미친 사람이 했겠는가. 내가 김 위원장 곁에 쭉 있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사 사장도 “사장 56명이 술 먹고 자리를 옮겨 다니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나는 신문에 나온 것 같은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면서 “북한이 5년이 지난 일을 보도하는 것을 보면 내부 분열을 노린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김진현(金鎭炫) 문화일보 회장은 “북한 잡지의 표현이 정확하진 않지만 김 위원장이 위대한 것처럼 발언한 사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면서 “당시 나는 한국의 언론사 사장이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지 분개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표완수(表完洙) 경인방송 사장은 “김 위원장과 악수를 하는데 어떤 사람이 ‘장군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을 들었다”면서 “그런 호칭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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