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반공보수 언론사 사장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격찬했다’는 내용과 ‘김 위원장이 한 사장에게 반북(反北) 선전한 것을 속죄하는 술을 권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본보가 방북했던 사장 중 10여 명과 통화해 당시 상황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은 이 보도내용이 과장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속죄 술’ 권유나 언론사 사장의 김 위원장 치켜세우기 발언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렸다.
▽김 위원장의 ‘속죄 술’ 권유=김 위원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함께했던 당시 신문협회장 최학래(崔鶴來) 한겨레신문 사장, 방송협회장 박권상(朴權相) KBS 사장, 신문협회 부회장 금창태(琴昌泰) 중앙일보 사장 등은 김 위원장의 ‘속죄 술’ 관련 발언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 앉았던 당시 장명수(張明秀) 한국일보 사장은 김 위원장이 ‘속죄 술’을 권하지는 않았지만 남측 언론사 사장들이 반성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장 사장은 “언론사 사장들 중 30년쯤 기자생활을 한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하자 김 위원장은 ‘그동안 나에 대해 나쁜 기사를 많이 썼겠다. 나를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탈북자들이 내가 기쁨조와 놀아나고 술이나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것을 (남쪽) 언론들이 그대로 쓰지 않았느냐. 반북 선전 기사를 쓴 사람들이 속죄할 길이 있다.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축하객으로 다시 방북하면 된다’고 농담처럼 말했다”고 전했다. 장 사장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특정인을 지목해 ‘사죄 술’을 마시라고 권유하지는 않았다”면서 “만약 권유했더라도 사장들이 그대로 따랐겠느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세계 제일’ 발언=이에 대해서도 증언이 엇갈린다.
최학래 사장은 “북한 언론이 과장한 것 같다. 김 위원장에게 누군가 ‘호탕하다’는 말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참인간’이니 ‘세계에서도 단연 제일’이라는 말을 어떤 미친 사람이 했겠는가. 내가 김 위원장 곁에 쭉 있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사 사장도 “사장 56명이 술 먹고 자리를 옮겨 다니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나는 신문에 나온 것 같은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면서 “북한이 5년이 지난 일을 보도하는 것을 보면 내부 분열을 노린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김진현(金鎭炫) 문화일보 회장은 “북한 잡지의 표현이 정확하진 않지만 김 위원장이 위대한 것처럼 발언한 사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면서 “당시 나는 한국의 언론사 사장이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지 분개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표완수(表完洙) 경인방송 사장은 “김 위원장과 악수를 하는데 어떤 사람이 ‘장군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을 들었다”면서 “그런 호칭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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