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民心 추종만 하는게 대통령 할일 아니다”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3분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오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임기 전반기 국정 성과에 대해 패널들과 토론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오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임기 전반기 국정 성과에 대해 패널들과 토론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밤 KBS 1TV ‘참여정부 2년 6개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듣는다’ 특별 프로그램에서 연정론과 부동산대책 등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대담은 당초 예정된 100분을 20분이나 넘겨 진행됐다. 다음은 주요 현안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 요지.》

▽“(지지도) 29%짜리 대통령이”=저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는 엊그저께 발표된 것으로 29%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한다면 이것을 내가 천심이라고 읽어야 될 것 아니냐. (중략) 우리가 29%짜리 대통령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걱정해야 되는가에 대해 국민적 토론이 필요하다. ‘질문 던질 것 뭐 있느냐? 당신이 결단하라’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제도가 내각제가 아니어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통해서 재신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국민적 지지,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대통령 직을 불쑥 내놓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고심하고 있다.

▽“부동산대책, 호랑이 그리려다가 표범도 못 그려”=(2004년) 10·29정책이 가면서 사실은 호랑이를 그리려고 했는데 표범보다 조금 작은 호랑이밖에 못 그렸다. 왜 그랬느냐.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저항 때문이고 이 저항은 옳지 못하다. 그리고 여기서 내성(耐性)이 생겨 가지고 다 버티니까…. 법이라는 것은 (국민이) 알아서 수용하고 지켜 주고, 또 그 결과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수용할 때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대해 가장 문제를 많이 제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부동산 부자들이라는 점, 우리 국민이 똑똑히 봐 줘야 한다.

▽“한나라당과 대연정이 국민의 뜻”=국민의 뜻이 (한나라당과) 파트너 하라는 것 같다. 나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이 이 점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현실의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지도자의 용기다. 지금 연정 제안도 음모가 없다. 음모 없는데 (한나라당은) 뭔가 자꾸 의심을 한다.

▽“한미관계, 커브 돌리면 소리 난다”=한미관계가 약간 수정되면 ‘뻑’ 하는 소리가 난다. 소리 난다고 ‘그만 하지 마라’ 이렇게 요구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나는 적절한 수준의 탈선하지 않는 수준으로 궤도 위를 가면 좋겠다고 본다.

▽“북핵 문제, 한국 발언권 있다”=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좀 있는 것 같지 않느냐. 싸움을 했든 안 했든 간에 어쨌든 “그것은 안 됩니다” 하면 안 되는 것이다. 한때 (미국 측에서) 무력행사 얘기가 나왔지 않느냐. “무슨 소리 하십니까.” 이렇게 돼서 평화적 해결로 한참 가다가 대화에 의한 해결로 바뀌었다. 대화로 가다가 지금은 평화적 이용까지도 될 것 같지 않느냐.

▽“미국 배척이 문제의 해결 아냐”=미국 말만 나오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반미 정서의 논리가 있다.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기 때문에 모든 문제의 해결은 미국을 배척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자는 논리도 있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청은 대선자금보다 훨씬 큰 문제”=도청 사건은 국가권력의 범죄이기 때문에 소위 1997년 대선자금보다는 훨씬 더 큰 문제이다. 1997년 대선자금 문제는 법적으로 시효가 완성됐거니와 소위 대선자금 부분에 관해선 정치적 마무리를 지었다.

▽“백성이 옳은 방향으로 가는 데 수백 년 걸려”=역사에서 백성이 옳은 방향으로 가는 데 항상 수백 년이 걸린다. 수백 년 백성은 엉뚱한 데 가서 엉뚱한 데 힘 실어 주고 봉사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 와서 딱 뒤집어놓고 ‘내가 옳았지’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구현되는 민심을 읽는 것과 그 시기 국민의 감정적 이해관계에서 표출되는 민심을 다르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경포대 말 듣지만 경제 매일 본다”=(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묻는 누리꾼 질문에 대해) 제일 자랑스러운 것 하나, 여러분 ‘경포대’라는 말 들어 보셨을 것이다.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고.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 이렇게 경제를 매일 들여다보고 있다.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자랑삼아 한번 얘기해 보고 싶다.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패널의 질문에 대해) 사실 공장에 일자리가 사라진다. 그래서 따라서 ‘함바’도 사라지고. ‘함바’라는 말이 일본말 아닌가 싶다. ‘노동자 합숙소’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이다. 제가 사실은 1966년도에 ‘함바’ 생활을 몇 달 했던 ‘함바’ 출신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신하”=민심을, 지금의 민심이라고 해서 민심을 그대로 모두 수용하고 추종만 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 신하는 쫓겨날 때는 쫓겨나더라도 그 시기에 올바로 말하고 충직하게 간언하고 정직하게 소신에 따라서 일하는 것이 올바른 신하 아닌가. 저는 대통령을 신하로 생각하고 지금 과감한 거역을 하고 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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