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민심을 그대로 모두 수용하고 추종만 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 저는 대통령을 국민의 신하로 생각하고 지금 과감한 거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이 말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이 국민 인식과는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한 패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장은 대연정 제안이 자신을 지지했던 세력이나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결국 ‘내가 옳으니 따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모두가 함께 가는 것만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며 “역사에서 백성은 항상 옳은 결론으로 걸어갔지만 현실에 있어서 단기적으로 항상 옳은 쪽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는 말도 했다. 대연정과 관련해 ‘마이 웨이’를 계속하겠다는 취지이다.
여기에는 노 대통령의 역사관이 깔려 있는 듯하다.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지도자가 앞장서 길을 제시하고 국민을 이끌 때 진보가 있다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민심을 거역할 수도 있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독선적 사고’의 발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정권 이양, 과거사 공소시효 배제 발언 등을 둘러싼 ‘위헌 논란’에 “헌법 해석에 있어 형식논리와 개념 법학적 해석 방법론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반박하더니 이번에는 민심까지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논란에 대해 “대통령은 특별한 의미를 두고 한 얘기가 아니다. 국민이 당장 이해하지 못해도 대연정을 제안한 이유를 열심히 설득하면 수긍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한 얘기”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市場원리로 부동산문제 헷갈리게 말라▼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사유재산론’도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
노 대통령은 “부동산이야말로 시장이 완전히 실패한 영역”이라며 “(언론이) 이 문제에 관한 한 사유재산의 원리, 시장 원리, 이런 부분을 가지고 헷갈리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유재산권을 부정하는 조치도 국민이 이해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대통령이 ‘가격 상승=시장 실패’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서강대 김광두(金廣斗·경제학) 교수는 “시장경제가 작동하는지 안 하는지의 판단 기준을 가격에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값이 많이 뛰면 시장 실패고, 그렇지 않으면 시장 성공이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의 시장 인식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최영태(崔榮太) 소장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 경기 회복 명분으로 부동산 규제를 워낙 많이 풀어 지금은 정책수단이 별로 없다”며 “사유재산권을 제한해 개발이익이 사유화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연세대 서승환(徐昇煥·경제학) 교수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하면 가격이 안정되는데 정부는 개발이익이 생기는 게 미워서 공급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나온 대책도 부분적으로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로 민간 부문의 주택 공급을 줄여 가격상승 잠재력만 높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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