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서울 성곽의 북(北)문이었던 서울 청와대 뒤편 북악산의 숙정문(肅靖門) 일대가 내년 4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이 침투한 1·21사태 이후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한 지 38년 만이다.
청와대와 문화재청은 8일 “대통령 경호를 위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던 숙정문 일대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며 “군 시설물 제거와 탐방로 정비 등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일반에게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방 범위는 삼청각 옆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의 1.1km 구간. 하루 3차례, 한 번에 50명씩 예약자에 한해 관람을 허용한다. 관람료는 없다.
숙정문은 조선 태조 5년인 1396년 북악산 동쪽 고갯마루에 세워졌다. 숙정문은 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남대문), 보물 1호 흥인지문(興仁之門·동대문), 돈의문(敦義門·서대문)과 함께 서울 성곽 4대문의 하나. 음양오행 가운데 물을 상징함에 따라 가뭄이 들면 문을 열고 장마가 나면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러나 1413년 풍수지리적으로 지맥(地脈)을 손상한다는 지적에 따라 문을 폐쇄했고 이후 1504년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현재의 숙정문은 1976년에 복원한 것.
8일 오후 문화재 전문가들에게 시범 공개한 숙정문과 촛대바위로 오르는 길은 녹음이 울창했다. 촛대바위 앞에 다다른 10여 명의 문화재 전문가는 눈앞에 펼쳐진 경복궁 남산 여의도의 탁 트인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37년 만에 속살을 드러낸 빼어난 경관에 매료된 것이다. 숙정문과 촛대바위의 전망, 숙정문 옆 흰색의 성곽과 푸른 숲의 대비도 장관이었다.
한편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숙정문 개방을 계기로 서울 성곽을 복원 정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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