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백두산관광 협상 미적미적…“다른 파트너 많다” 배짱 ?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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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수를 최근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현대아산 측과의 백두산 관광 협상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현대아산 외에 다른 한국 기업들이 북한 당국과 접촉해 관광권을 따내려 하고 있어 현대아산과 북한의 협상이 상당 기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두산 관광 협상 지연=북한 당국자는 3일 개성에서 만난 현대아산 김정만 전무와 육재희 상무에게 “개성 시범관광이 끝나는 7일까지 현대아산 김윤규(金潤圭) 부회장 문제에 대한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김 부회장이 다시 대북 관광사업에 복귀하도록 해 달라는 요청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김 부회장의 일선 퇴진’을 문제 삼아 금강산 관광객 수를 줄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현대아산이 북한의 요청에 응하지 않자 북한은 당초 9월 초로 예정됐던 백두산 관광지역의 사전답사를 위한 현대아산 측의 협상 요청에 8일까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백두산 관광사업 계획 자체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복귀는 안 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시간을 갖고 인내심으로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측은 백두산 시범관광을 연내 2차례 이상 실시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목적은 실리=북한은 김 부회장 문제를 구실로 삼고 있을 뿐 실은 관광사업에서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관광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의 퇴진 및 현대그룹 현정은(玄貞恩) 회장 체제의 정립 과정에 따른 틈새를 비집고 대북 관광권을 따내려는 다른 기업들이 북한으로 하여금 주판알을 튕기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과 관광사업을 하려는 남한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북한은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과 거래를 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대북사업의 비용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의 (대북 사업) 승인을 받지 않은 기업들이 북한 측과 직접 접촉해 이것저것 주겠다고 하고 있어 대북 사업의 안정성이 깨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사업자만 대북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현대가 아닌 다른 대기업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한다.

정부 당국자는 “현대의 체제 변화와 사업권 경쟁, 이에 대한 북한의 인식은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해결 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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