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北협력기금만 펑펑 쓰면 北이 변하나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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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을 올해 5000억 원에서 6500억 원으로 늘리기로 한 지 두 달도 안 돼 통일부가 3500억 원을 증액해 달라고 나섰다. 대북(對北) 전력 공급을 비롯해 지하자원 공동개발, 개성공단 기반시설 구축 등 사업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 이유다. 통일부의 요구대로 된다면 남북협력기금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에 이르게 된다.

이 돈으로 진정한 평화와 화해 협력시대가 열릴 수만 있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마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북은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단 한번도 보여 준 적이 없다. 뒤늦게 6자회담에 복귀해서도 핵 개발 미련을 버리지 않아 타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런 북한에 언제까지 ‘묻지 마’식 지원을 계속해야 할지 정말 의문이다.

북한은 2일 예고도 없이 임진강 상류의 ‘4월5일댐’ 물을 방류했다. 갑자기 늘어난 물로 강 하류의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일대 주민들은 때 아닌 물난리를 겪어야 했다. 북의 사전 통보 한마디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북은 뒤늦게 유감 표명을 했지만 이런 일이 벌써 세 번째다. 이에 앞서 열린 제6차 남북 적십자회담에선 납북자 문제를 꺼내 보지도 못했다. 8·15민족대축전을 달궜던 ‘민족공조’의 열기는 다 어디로 갔는가.

정부는 향후 5년간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5조9000억 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북핵 문제의 진전에 따라 전력, 에너지, 사회간접자본, 정보통신 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 어떤 대북 지원도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핵은 물론이고 북한 주민의 인권과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 문제에 이르기까지 가시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넉넉해서 돕는 게 아니다. 세수(稅收) 부족으로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할 만큼 나라 형편이 어렵다. 쥐어짜 낸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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