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북한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면서 김 씨의 경영 일선 복귀를 현대 측에 요구한 것은 김 씨와 공생관계였기 때문인가. 특히 일부 보도대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9월 1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북측의 요구에 가세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당시 정 장관은 현 회장 측이 김 씨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한 사유, 즉 비리 내용을 보고받았을 상황이다.
김 씨가 빼돌린 돈 가운데 50만 달러(약 5억 원)가 남북협력기금 지원금이라는 현대 측 감사 결과에 대한 통일부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 통일부는 어제 “개별기업에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지 않으며 금강산 사업에는 한국관광공사, 한국수출입은행, 조달청 등을 통해 간접 지원됐다”며 김 씨의 기금 유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그러나 금강산 사업에 투입된 돈은 엄연히 남북협력기금이며, 최종 감독 책임은 통일부에 있다.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에 대해 수시로 실태조사를 하도록 돼 있으나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남북협력기금을 이처럼 운용하면서 올해 7500억 원에서 내년 1조 원으로 증액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정부는 ‘검은 거래’의 악취(惡臭)를 풍기는 대북협력사업에 세금을 더 넣을 생각을 하기 전에 ‘투명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감사원은 또다시 ‘꼬리 자르기식’ 특감을 반복해선 안 된다. ‘김윤규 비호’의 뿌리를 캐야 한다. 검찰도 수사와 사법 처리에 나서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