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전체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는 처음으로, 올해 말까지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인권위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국회에 약속한 상태다.
4일 인권위가 한나라당 김재경(金在庚)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달 26일 열린 전원위원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상정했다.
이 회의에서 조영황(趙永晃) 인권위원장은 “(인권위가 입장 표명을 할 경우) 북한 당국에 대해 직접 의사표현을 하는 방법, 한국 정부에 대해 하는 방법, 국제사회에 대해 하는 방법 등 여러 통로로 논의가 전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계속된 토론에서는 입장 표명을 할 경우 북한에 직접 의사표현을 하기보다는 한국 정부나 국제사회를 통해 권고하는 형식이 좋겠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인권위가 입장 표명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결론을 내지 못하고 A, B, C 세 가지의 대응 방안을 만든 뒤 추후 논의를 거쳐 이 중 한 가지를 선택하기로 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쳤다.
A 위원은 “남쪽에서도 인민혁명당 처형이나 5·18 광주 학살 등 인권탄압이 있었다. 처형도 (북은) 공개이고, (남은) 비공개라는 차이만 있다”며 “남쪽에서 (세월이 지나 스스로) 5·18 학살자 청문회를 했듯이 북도 인권 문제를 (스스로) 청산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인권 문제를 우리가 앞장서서 거론하는 것은 평화체제의 대명제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며 인권위의 입장 표명 자체에 반대했다.
B 위원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는 공개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 등을 직접 거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C 위원은 “북한 핵 관련 6자회담 도중에 미국에서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했지만 회담이 결렬되지는 않았다”며 “북한도 인권 문제에 면역성이 생겼다”고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D 위원 역시 “대북 입장 표명이 법리적으로 내정간섭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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