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632mm이상 폭우땐 소양강댐 붕괴” 서울 물바다 된다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4분


엄청난 폭우로 소양강댐이 붕괴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 같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한강권역 댐 비상대처계획(EAP·Emergency Action Plan)’을 마련해 놓았다.

5일 본보가 입수한 EAP에는 소양강댐 붕괴 시 예상 침수지역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대피처까지 상세히 나타나 있다. 이 계획은 한국수자원공사가 2002년 12월 작성한 것으로 ‘영구 대외비’로 분류돼 있다.

▽붕괴 상황=이 계획은 소양강댐을 중심으로 강원 춘천시 주변 100km² 지역에 24시간 동안 632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이 경우 댐 중심부에 점토를 다져 넣고 양 옆에 암석과 흙을 쌓아 올려 만든 사력(沙礫)댐인 소양강댐은 물이 범람하면서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소양강댐이 붕괴되면 여기서 쏟아져 나오는 물은 5시간이 채 되지 않아 서울에 도착한다.

이후 9시간 동안 한강 수위는 계속 불어나며 결국 강원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47개 시군구가 ‘물바다’가 된다는 얘기다.

▽서울 피해=서울은 25개 구 전역에서 침수 피해가 일어난다.

EAP의 홍수범람 예측도에 따르면 특히 마포 양천 용산 영등포 송파 서초구 등 한강 주변과 성동 광진 중랑 동대문 노원구 등 중랑천 주변은 대부분 지역이 지상 5m 이상 물이 찰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여의도 KBS MBC 방송국, 용산 미군기지는 완전 침수될 것으로 예상됐다. 마포구는 아현동 일부와 월드컵공원의 하늘공원 정도만 피해를 모면하며 여의도는 국회의사당 터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모두 물에 잠기게 된다. 강남 지역에서는 한강 물이 경기 성남시까지 범람하면서 강동 송파 서초구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일부도 침수 피해가 예상된다.

중랑천으로 역류한 한강 물은 동대문 중랑 광진구에 침수 피해를 일으키며 노원구까지 범람한다. 동대문 근처와 고려대 앞까지 물에 잠긴다.

그러나 산이나 고지대가 많은 종로 중 서대문 강북 도봉 은평구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해 청와대 정부중앙청사 경찰청을 비롯한 정부기관 등은 큰 피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서울에서 물이 빠지는 데는 43시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기타 지역 피해=춘천시는 한림대가 있는 봉의산 일대를 제외한 전역이 댐 붕괴 후 3시간 안에 침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주변의 경기 하남 구리시에서도 침수 피해가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광명시 일부 지역도 물에 잠길 것으로 보인다.

또 춘천에서 팔당까지 내려온 물은 팔당호에서 일부가 남한강으로 역류해 경기 광주시 양평군 여주군과 이천시에서도 침수 피해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됐다.

한강 하류의 고양시는 자유로와 일산 호수공원 일대, 행주산성 주변을 제외한 덕양구 전 지역이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김포시의 경우 거의 전 지역이 물에 잠길 것으로 보이며 인천도 대부분 지역이 침수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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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632㎜이상 강수 가능성은▼

2004년 9월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24시간 가능최대강수량(PMP·Probable Maximum Precipitation)’에 따르면 소양강댐 지역은 880mm로 나타나 있다.

PMP란 댐을 지을 때 기준이 되는 최대 홍수량을 산출하기 위한 최대 예상 강우량. 실제로 비가 그만큼 내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2002년 태풍 루사가 영동지방을 강타했을 때 강원 강릉시의 실제 강우량은 PMP에 근접했다. 당시 강릉지역은 1일 사상 최대량인 877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 지역의 PMP는 880mm로 불과 3mm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문제는 현재 소양강댐은 24시간 동안 632mm의 강우까지만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 현재 2007년 완공 예정으로 810mm 강우량에도 견딜 수 있는 보조 여수로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880mm 이상의 강우량을 기록할 경우 댐이 붕괴될 수도 있다.

810mm라는 수치는 2002년 당시 기상정보를 종합해 춘천 지역에 내릴 수 있는 PMP를 기준으로 했던 것.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증가로 대기온도와 해수온도가 상승하는 등 기상이변이 빈발하면서 2년 새 이 지역의 PMP는 70mm 늘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정부 대책은▼

정부는 소양강댐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크게 두 가지 방향의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하나는 현재 소양강댐에 있는 1개의 수문 옆에 터널을 뚫어 보조 여수로(餘水路)를 설치하는 것. 이렇게 하면 방류량을 초당 7500t에서 1만4200t으로 두 배가량 늘릴 수 있다. 보조 여수로 설치 공사는 2004년 8월 공사에 들어갔으며 2007년 2월에 완료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치수(治水)능력 증대 기본계획’을 세워 소양강댐 외에도 최악의 폭우가 쏟아졌을 때 범람이나 붕괴 우려가 있는 12개 댐에 대해서도 2010년까지 구조적인 보완책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러한 보완책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단기적으로 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댐 수위를 낮게 운영하겠다는 게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생각이다.

그러나 댐의 방류량을 늘리면 댐 바로 아래 지역은 오히려 범람 위기가 더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댐 하류지역의 하천에 대한 정비가 필수이지만 그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건설교통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허천(許천) 의원은 “소양강댐에 보조 여수로를 설치해 방류량을 늘리면 댐 붕괴는 막겠지만 방류되는 물이 일시에 급증할 경우 댐 바로 아래 지역인 춘천시의 보조 제방이 넘치게 된다”며 “이 지역의 피해도 막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소양강댐은 초당 1만4200t을 방류하지만 춘천시 지역 소양강이 감당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초당 5500t에 불과하다는 것.

정부는 이와 별도로 EAP에 소양강댐 붕괴에 따르는 홍수 피해가 예상되는 47개 시군구마다 주민들의 대피처를 지정해 놓았다. 최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미국 뉴올리언스 시가 당했던 것과 유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민 대피처는 서울에 총 402곳이 지정돼 있다. 가장 많은 대피처(36곳)가 지정돼 있는 곳은 홍수 피해를 거의 보지 않는 관악구. 한강 물의 역류에 따른 양재천과 안양천의 범람으로 큰 홍수 피해가 예상되는 인근 서초구 금천구 영등포구의 주민들이 대피하기 위한 것.

그 다음으로는 강서구에 30곳, 동작구에 29곳, 강남구에 27곳이 지정돼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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