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정부가 한미공조보다 ‘민족공조’에 기울어져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지난달 19일의 베이징 6자회담 합의가 북핵 해결을 위한 완결판이 아니라 첫걸음일 뿐이라는 점이다. 당장 내달 초에 열릴 5차 6자회담만 해도 핵사찰, 경수로 건설, 중유 제공 등 합의 이행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 때문에 난항이 예상된다. 대북지원을 핵 폐기 이행과 연계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성급한 대북지원 약속이 북한의 ‘뻗대기 행보’를 부추기는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남북관계에서 북한에 끌려 다니는 모습은 갈수록 두드러진다. 북한의 체제 선전 공연물인 ‘아리랑’을 보기 위해 수천 명의 민간단체 관람단이 평양에 간 데 이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들과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까지 방북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모두 정부가 북한의 요청을 받고 암암리에 후원한 결과다.
현대그룹의 자체감사를 통해 밝혀진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비리에 대해 북측 관계자는 최근 “이렇게 나오면 곤란하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고 방북 취재진은 전한다. 심지어 북한은 현대 및 한국관광공사와 공동 추진하기로 한 백두산 시범관광사업을 협의하자는 팩스를 관광공사에만 보내 현대를 따돌리는 양상이다.
북한의 이런 일방적 태도는 북측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해 온 우리 정부의 무원칙한 영합 때문에 더욱 심해졌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한국에 우호적인 힐 차관보의 비판을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고언(苦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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