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권노갑-김홍일씨 관계는

  • 입력 2005년 10월 10일 03시 00분


불법감청 사건으로 구속된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국내담당 차장에게서 도청 정보를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9일 카메라에 잡혔다. 현대 비자금 200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던 그는 최근 당뇨 합병증 등 지병이 악화돼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서울 중구 삼성제일병원에 입원 중이다. 사진 제공 민주신문
불법감청 사건으로 구속된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국내담당 차장에게서 도청 정보를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9일 카메라에 잡혔다. 현대 비자금 200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던 그는 최근 당뇨 합병증 등 지병이 악화돼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서울 중구 삼성제일병원에 입원 중이다. 사진 제공 민주신문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국내담당 차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동교동계 구파를 이끌며 권력 실세로 통했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김 전 대통령의 장남 홍일 씨 등과 ‘특별한’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1998년 초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정권 실세들과 인연을 맺었다. 김 전 차장은 특히 김대중 정부 초기부터 권 전 고문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5월 천용택(千容宅) 씨가 국정원장에 취임한 뒤 김 전 차장이 대전지부장에서 요직인 대공정책실장으로 발탁되고, 2000년 4월 2차장에 기용된 배경에도 권 전 고문과 홍일 씨 등 정권 실세의 후원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권 전 고문은 2002년 “김 전 차장에게서 정보 보고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차장과 권 전 고문의 관계는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 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규선(崔圭善) 씨의 벤처투자사업 건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 건은 최 씨가 2000년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홍걸 씨를 끌어들여 벤처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김 전 차장 등의 견제로 무산된 사건. 최 씨는 권 전 고문의 측근이었다.

김 전 차장은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뒤 2002년 4월 재판부에 낸 탄원서에서 “최 씨의 문제점에 대해 2년 전(2000년)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권 전 고문은 내가 허위정보를 만들어 유능한 사람을 죽이려 한다고 노발대발했다”고 말했다.

8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김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는 2000년 12월 당시 김 전 차장과 권 전 고문 간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있다. 김 전 차장이 2000년 12월경 권 전 고문의 인사 전횡 등을 문제 삼아 퇴진을 주장한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 간의 전화 통화를 도청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 전 차장이 퇴진 압박을 받고 있던 권 전 고문에게 정적들의 동향 정보를 제공해 권 전 고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관측이 있다.

권 전 고문 측은 김 전 차장이 2000년 ‘진승현 게이트’ 당시 검찰에서 “권 전 고문이 진 씨에게서 50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던 사건을 예로 들며 사실무근임을 주장하고 있다. 권 전 고문은 김 전 차장의 진술로 구속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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