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장치 있지만 폭탄만들 능력은 없어
핵물질 수출할수 있는 위협국임은 분명”▼
바실리 미케예프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은 자국의 지도자들조차 그 능력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소수의 핵 장치(nuclear device)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폭탄 제조 능력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케예프 부소장은 본보 기자와 만나 “지난해 모스크바 주재 카네기재단에서 옛 소련 시절 핵무기 제조에 참여했던 장성 출신들과 핵 전문가 10여 명이 비공개 워크숍을 열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은 무기급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보유량조차 확실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수출할 수 있는 핵 위협국임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호섭(金浩燮) 중앙대 교수는 “미국과 한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폭탄 보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6자회담에 임해 왔지만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핵 협상의 시발점이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등 제3국 학자 참여해 포괄적 대화를”▼
백진현(白珍鉉) 서울대 교수는 “동북아 지역에서 과거사 및 영토 분쟁 갈등에 대한 이성적인 토론이 전무하다”면서 “이번 같은 회담을 통해 북핵뿐 아니라 기타 주제들에 대한 격의 없는 소통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피터 벡 동북아국제위기기구 대표는 “동북아 당사국들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등 제3국의 학자들이 참여해 더욱 포괄적이고 이성적인 대화를 이끄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상환(李相桓)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동북아 환경 및 질병 대책을 위한 협력’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사례에서 보듯 동북아 지역 내 다자간 상호 협력체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군축등 논의할 회의기구 신설이 바람직”▼
한용섭(韓庸燮) 국방대 교수는 “동북아 경제협력은 놀랄 만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안보 협력은 미온적”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군축 및 군사적 신뢰 구축 방안을 논의하는 동북아안보협력회의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톰 볼기 미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는 “동북아 지역 정세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온 미국은 그동안 동북아 다자협력체제 구축에 미온적이었다”면서 “이제 미국이 이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다자협력체제 구축을 받아들이고 지원해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동북아 내에서 심화되고 있는 민족주의 정서와 과거사 문제 등이 동북아안보협력체 형성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참석자는 “정치 지도자들이 민족주의를 국내 정치용으로 악용하려 한다”면서 “민간 차원의 다자회담이 이를 견제할 만한 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케예프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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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6자회담의 승자는 북한이었다.”
이번 학술회의에 참가한 바실리 미케예프(사진)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6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주장했다. 1980년대 외교관으로 평양에서 근무한 바 있는 미케예프 부소장은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다.
―북한이 4차 6자회담의 승자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6자회담의 초점을 북핵 문제에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으로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최대 목표는 정권의 생존이다. 정권의 존망이 걸린 북핵 문제에 대한 초점을 돌림으로써 정권 유지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6자회담이 실패했다는 얘긴가.
“6자회담 자체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이례적으로 공통의 외교적 목표를 갖고 협조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이번 회의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제안했는데 그 내용은 무엇인가.
“먼저 미국 중국 북한 간 3자 회의를 개최해 북한이 군사용 핵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공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북한이 거부하면 더 이상의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 이후 협상이 진전되면 미국과 북한의 관계 정상화 문제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후 ‘3+1’의 차원에서 협상에 참여해 남북관계 정상화 등을 모색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북-일관계 정상화로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 최종적으로 6자회담을 개최해 대북(對北) 안보 보장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 ‘美-中 패권갈등’ 열띤 토론▼
학술회의 참가자들은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가능성과 한국의 역할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박건영(朴健榮) 가톨릭대 교수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한반도에 대한 합의’라는 주제 발표에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중국을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할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국에 대한 다양한 견제를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 실례로 박 교수는 미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비회원국인 인도에 핵기술을 전수키로 했고 △대만에 대해서도 대규모 군사 장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의 적대국인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한미 군사동맹의 성격 또한 바뀌어야 한다며 “(대만 사태로 인한) 미중 간 군사적 충돌로 주한미군을 재배치할 경우 한국은 중국과의 이해관계 또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미일 ‘가상 동맹’은 “한일 간 과거사 및 영토 분쟁 등이 계속되는 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이를 대신할 만한) 동북아시아 내 다자안보협력체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우상(金宇祥) 연세대 교수는 “현 시점에서 당장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브라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워싱턴에서는 중국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진행 중이지만 박 교수가 말한 것처럼 어느 한쪽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면서 “대만 사태가 불거져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브라운 교수는 “주한미군 재배치 등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협조를 구할 수 없을 경우 미군은 협조가 가능한 다른 곳으로 이동해 배치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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