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회장 “北서 바뀐 모습 인정때까지 기다리자”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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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는 남에게 알릴 수 없었던 몸 내부의 종기를 제거하는 커다란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나중에는 팔다리를 잘라내 불구의 몸이 되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취에서 깨어나 몸의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오랜 친구(북한)는 우리의 모습이 변했다고 다가오기를 거부합니다. 우리는 형제가 우리의 모습을 인정할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현정은(玄貞恩·사진) 현대그룹 회장은 10일 현대아산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퇴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대북사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편지 문안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편지에서 그룹 내부감사에서 적발된 김 전 부회장 비리사건을 ‘몸의 종기’라고 언급하면서 그의 퇴출이 현대그룹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는 “(몸의 종기를 도려내고) 더욱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하기 위해서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인데 우리의 옛 모습에 익숙한 친구(북한)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면서 현재 그룹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현 회장은 현대와 북한의 특수 관계를 강조했다.

“현대아산과 북한은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 아니 그 이상의 형제입니다. 그 인연을 지키기 위해서 정몽헌 회장께서 돌아가셨고 한때 기업은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우리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고 끝까지 의리를 지켰습니다.”

현 회장은 또 “그들(북한)이 우리를 어색하게 한다고, 다가오기를 거부한다고 우리 역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진정 어린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면서 “비온 뒤에 땅이 더욱더 굳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대북사업도 더욱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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