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어 어떻게 읽죠?”(노 의원)
“‘몽리’라고 읽습니다.”(김 처장)
“뜻은 어떻게 되지요?”(노 의원)
“…….”(김 처장)
노 의원은 A4 용지를 넘겨가며 몽리(蒙利·저수지 등 수리시설의 혜택을 입음), 장리(掌理·일을 맡아서 처리함), 삭도(索道·케이블카 등의 케이블), 정려(精勵·부지런히 일함), 호창(呼唱·높은 목소리로 부름), 결궤(決潰·둑 따위가 무너짐) 등 10개 단어를 물어봤다.
의외의 질문에 당황한 김 처장은 더듬더듬 단어를 읽었지만 뜻까지 아는 것은 장리와 삭도 2개뿐이었다.
노 의원은 “이 단어들은 모두 법 조항에 나오는 것”이라며 “법대 교수까지 지내신 분(김 처장)도 모르는 어려운 단어들이 법 조항에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김 처장의 성적을 알려주며 “법제처장이 문제를 틀린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며 “일부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법률 한글화 사업은 단어에 음을 다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며 ‘구거(溝渠)’를 ‘개울’로, ‘정려’를 ‘노력’으로 바꾸는 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국어전문가를 채용해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아토피때문에 이민 갑니다”▼
“저희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자기 몸을 긁어서 살이 파이고 살점이 떨어져 나갑니다. 피가 흐르는데도 가려워서 긁는 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30대의 평범한 주부가 참고인으로 나왔다. 민주노동당 단병호(段炳浩) 의원의 출석요청을 받고 나온 김자경(35) 씨다.
김 씨는 단 의원에게 배정된 질의 시간 15분 동안 아토피 피부염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김 씨는 “졸리면 몸이 더 가려워지는 증상 때문에 몸부림치는 아이를 붙잡고 재우느라 5년 동안 단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며 “아토피 피부염 환자 가족들은 우울증에 걸리는 일이 많고 저 역시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지인의 집에 머무는 동안 아들의 증세가 없어진 걸 보고 이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아이가 오전 7시까지 곤히 잠을 자는 것이 꿈만 같았다”며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씨는 울먹이면서 “아토피 피부염은 단순한 병이 아닌 환경성 질환”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연구하고 치료법을 마련해 주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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