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식(李泰植) 신임 주미 한국대사가 13일 워싱턴에 부임한 데 이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16일 서울에 도착했다. 양국 대사가 거의 동시에 바뀐 것은 1961년 6월 정일권(丁一權) 대사와 새뮤얼 버거 대사가 새로 부임한 때를 제외하고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대사와 버시바우 대사는 13일 오후 같은 시간대에 워싱턴의 대사관저와 미 국무부에서 각각 한국 특파원들과 상견례를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두 사람은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영국 대사와 주이스라엘 대사에, 차관까지 지낸 이 대사는 1973년에 외교관이 됐으며 21번째 주미대사. 주러시아 대사 출신의 버시바우 대사는 4년 늦은 1977년에 국무부에 들어갔으며 20번째 미국대사로 기록된다.
두 사람은 모두 노련한 외교관 출신답게 간담회에서 특파원들의 까다로운 질문을 ‘모범 답안’으로 무난하게 넘겼다.
두 자리에서 공통적으로 “주재국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겠다”는 말이 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두 사람은 적극적인 대중외교(Public Diplomacy)로 강한 인상을 남긴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대사를 높게 평가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간담회 자리에 보석공예가인 부인까지 합석시켜 자신의 특기인 드럼연주와 부인의 공예술까지 동원해 한국인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부인과의 만남을 비롯해 자녀 문제에 관한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변할 정도로 성의를 보였다.
이 대사는 미국인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힐 대사도 드럼연주는 못했지만 잘하지 않았느냐”면서 6·25전쟁 참전용사들과의 대화나 순회강연을 거론했다.
두 사람은 각각 반미감정과 반한감정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이 대사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고 정치적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있지만 일부를 보고 한미관계가 잘못돼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조야에서 한미관계와 반미감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면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반미감정에 대한 버시바우 대사의 진단도 맥락은 비슷했다. 그는 “엄청나게 강력한 반미감정은 없다고 본다”면서 “일부 정책에 대한 이견과 미국의 의도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일반 국민, 특히 젊은 세대와 많이 접촉해 아직도 남아 있는 일부 오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미감정과 반한감정이 단순한 오해의 산물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두 사람이 맞게 될 현지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이 대사가 더 불리한 조건에서 활동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미국대사의 활동이 자주 언론에 보도된다. 그러나 미국 언론에 한국대사의 활동이 보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 언론계에 친구가 많다는 홍석현(洪錫炫) 전 대사도 국가안전기획부 도청사건으로 과거 비리가 문제되고 있다는 것이 재임 7개월 동안 그에 관한 보도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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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특히 대통령의 측근인 캐런 휴스 국무부 차관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대중외교를 벌이고 있다. 언론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대중외교란 열매를 맺기 어렵다.
대사의 최대 관심사는 한미동맹 강화나 북한 핵, 그리고 경제 통상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 모두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권순택 워싱턴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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