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검찰반발에 강력 경고

  • 입력 2005년 10월 17일 03시 10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동국대 강정구(姜禎求·사회학) 교수 사건에 대한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와 관련해 김종빈(金鍾彬) 전 검찰총장이 제출한 사표를 16일 전격 수리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날 저녁 열린우리당의 신기남(辛基南) 전 당의장 등 율사 출신 의원 10여 명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하며 검찰개혁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눠 검찰 개혁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총장의 사퇴는 대단히 안타깝지만 검찰권의 독립을 위해서도 도움이 안 되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판단했다”고 노 대통령의 사표 수리 배경을 설명했다.

문 수석은 또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검찰 독립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법 논리에 맞지 않고 대단히 부당하다”고 밝히고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천 장관의 동반 사퇴 또는 해임 주장에 대해선 “전혀 고려 대상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후임 검찰총장 인선에 대해 문 수석은 “지금 얘기하기는 이르며 구체적으로 논의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경부터 청와대에서 천 장관을 1시간 정도 만나 이번 사태의 경위를 보고받은 뒤 “흔들리지 말고 장관이 사태를 잘 수습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열린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던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참석자들이 전반적으로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도 단호히 대처키로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검찰은 김 총장의 사표가 수리된 뒤 정상명(鄭相明) 대검찰청 차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검사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대책과 후임 총장 선임 전까지의 검찰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청와대의 조치에 불만을 나타냈다. 한 중견 검사는 “정권의 뜻을 검찰에 관철한 천 장관을 살리기 위해 검찰이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가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전 총장의 퇴임식은 17일 오후 3시 대검 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강 교수 사건을 지휘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박청수·朴淸洙)는 이날 경찰에 강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 지휘를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공동대표 이석연·李石淵 변호사) 등 3개 단체는 16일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잘못된 압력”이라며 천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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