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정상명(鄭相明) 차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전국 검찰청에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이번 사태를 불러 온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퇴진해야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침통한 검찰 수뇌부=대검은 청와대가 김 총장의 사표를 수리한 직후인 오후 4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시종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 간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함께 사의를 표명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다른 간부는 “총장이 사퇴한 상황에서 다른 간부까지 사의 운운하면 검사들의 동요를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며 말렸다.
앞으로 검찰에 불어 닥칠 ‘외풍’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간부들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나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등 진행 중인 작업에서 검찰이 더욱 코너에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마음이 답답해서 얘기라도 해 보자는 취지에서 모인 것뿐”이라고 무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일선 검사들, ‘검찰통제론’에 반발=일선 검사들은 이날 오전까지 모두 신중한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청와대의 총장 사표 수리와 ‘검찰통제론’이 전해지면서 흥분하는 검사가 많았다.
한 평검사는 “김 전 총장이 검찰 지휘권을 수용한 것은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의 심정에서였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본질을 망각한 채 검찰을 ‘통제가 안 되는 조직’ ‘권력을 남용하는 기관’ 등으로 생각해서야 무슨 해법이 있을 수 있겠나”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 업무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한 것 같다”며 “민주적 통제란 구체적 사건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닌데 뜻대로 안 된다고 해서 어떻게 검찰을 ‘통제되지 않는 권력’으로 몰아붙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검사는 “검찰 업무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만 재확인했다”고 침통해했다.
한 부장검사는 “청와대가 선택할 후임 검찰총장은 정권의 말을 잘 듣는 ‘푸들 강아지’일 것이 뻔하다”고 걱정했다.
▽법무부 검사들도 ‘비통’=법무부는 겉으로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전날 천 장관이 예정에 없던 간부회의를 소집한 것과는 달리 이날은 별도 회의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의 수사지휘 문서를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이 기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이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법무부 간부는 “이번 사태에 가장 착잡하고 비통한 사람은 법무부 검사들”이라며 “친정아버지를 몰아낸 책임을 어떻게 피하겠느냐”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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