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사표 수리]‘지휘권 발동’ 청와대의 논리 맞나

  • 입력 2005년 10월 17일 03시 10분


▽수사지휘권 취지 오해?=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에 대해 청와대는 ‘검찰권 견제’를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검찰청법의 전체적인 입법 취지는 오히려 정치권의 개입을 배제하자는 데 있다는 의견이 많다.

고려대 법대 장영수(張永洙) 교수는 “구체적 사건에 대해 장관이 ‘총장만을’ 지휘하도록 한 것은 총장이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헌정 사상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데서 이 규정의 취지를 쉽게 알 수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장주영(張朱煐) 사무총장은 “이는 검찰의 독립성과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함께 보장한 조항”이라며 “장관이 합법적으로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검찰을 견제하나=법조인들은 청와대가 ‘검찰 견제’의 기본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에 대한 견제는 기본적으로 ‘사법부에 의한 견제나 통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발부 여부와 유무죄 판단 등을 통해 법원이 검찰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기소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에도 재정신청 제도나 불기소 처분에 대한 헌법재판을 통해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검찰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의 발상도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적 통제는 검찰권 행사가 비민주적이거나 편파적으로 이뤄지는 등 ‘일탈’했을 때 가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문제는 사실관계와 그에 대한 법 적용의 판단 문제일 뿐이며 그 자체를 비민주적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의 주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법조인들은 청와대가 ‘검찰 통제’를 거론하는 것이 오히려 검찰에 대한 ‘비민주적 간섭’ 혹은 ‘정치적 개입’이라고 말한다.

▽지휘권 발동의 순수성도 논란=청와대는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순수한’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 전개 과정을 되짚어 보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법조인들은 말한다.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여권 고위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불구속 수사를 언급하고, 청와대까지 대검찰청에 ‘구속 신중’ 의견을 전달한 직후 이뤄졌다. 이 때문에 ‘정치인 장관’의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라는 지적도 많다.

▽송두율 씨 사건과 같다?=청와대는 강 교수 사건을 재독학자 송두율 씨 사건과 비교하면서 “당시 엄청난 사건처럼 (송 교수를) 구속했지만 막상 법원 판결은 구속이 민망한 일이 되고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씨는 당시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1심에서는 실형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일부 유죄)가 나고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

장 교수는 “송 씨 사건과 비교해 볼 때 검찰의 입장은 동일한데 법무부 장관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는 김 전 총장의 사표 제출이 정치인 출신 장관에 대한 ‘텃세’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드러냈다.

그러나 한 검찰 간부는 “검찰 출신 장관이었다면 수사지휘권의 중대성을 잘 알기 때문에 아예 발동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검사들은 오히려 ‘실세 정치인 장관’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대한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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