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사표 수리]靑 “검찰에 밀리지 않겠다” 쐐기

  • 입력 2005년 10월 17일 03시 10분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히고, 사표 수리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히고, 사표 수리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의 사표를 신속히 수리해 검찰 내 반발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데 이어 이날 저녁 열린우리당의 율사 출신 의원 10여 명을 청와대로 불러 이번 사태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청와대 회동 무슨 얘기 오갔나=이날 회동에는 신기남(辛基南) 전 당의장과 유선호(柳宣浩) 송영길(宋永吉) 임종인(林鍾仁) 최재천(崔載千) 양승조(梁承晁) 의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강력한 추진 및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한편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해야 한다는 강온 양론을 피력했고, 노 대통령은 주로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A 의원은 “검찰 조직문화에서 개혁되어야 할 부분이 있으며 일부 젊은 검사들 중에는 아직 권위주의적인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고 말했다.

B 의원은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의 지시는 적법한 수사 지휘였으며 불구속 수사원칙이라는 면에서 타당한 것이라는 발언이 있었다”며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및 율사 출신 의원 20여 명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나 이번 기회에 검찰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의원은 청와대 만찬회동이 끝난 뒤 다시 모여 이번 사태가 10·26 재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검찰에 밀릴 수 없다”=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김 총장의 사퇴 결정과 검찰 내 반발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표현을 세 차례나 사용했다. 검찰을 겨냥한 청와대의 ‘전의(戰意)’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 수석은 검찰의 독립성 주장에 대해선 “검찰권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검찰권은 무소불위의 권한이 아니고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는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일 뿐 정치적 외압은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강경한 대응은 김 총장의 퇴진을 검찰 독립성 논란으로 확대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과 검찰 내의 반발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김 총장의 사표를 반려할 경우 김 총장이 ‘검찰을 구한 영웅’으로 부각돼 여권이 검찰에 밀리게 되는 상황을 우려한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검찰에 밀릴 경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검찰개혁 본격화하나=노 대통령이 이날 김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천 장관에 대한 신뢰를 거듭 표시함에 따라 검찰개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선 야당의 벽에 부닥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도 경찰에 일정 정도 수사권을 부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 개혁에 나설 경우 자칫 여당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검찰을 손보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을 우려하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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