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지지율 바닥에 노심초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당에 대한 여론지지도가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 호남에선 민주당에 역전 당했고 충청에선 신당이 태동하고 있으며 영남은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가 걱정이지만 어디 하나 기댈 언덕이 없다.
상황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당내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속히 당에 복귀해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장관과 김 장관에게 당 복귀 여부는 스스로 판단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복귀 시기는 연말 연초 개각 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지만 재선거 결과에 따라선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이들이 당에 복귀해도 지도부 개편이 곧바로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2007년 4월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공언했고, 두 장관도 당 지지도가 최악인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자신들의 책임으로 치르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선 “당내 대권주자들의 낮은 여론지지도가 반전될 전망도 불투명하고 다른 대안도 별로 없다. 이러다 자칫 ‘대권 불임정당’이 될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심심찮게 나온다.
한 의원은 민주당으로 이적한 신중식(申仲植) 의원을 거론하며 “지금처럼 대권 재창출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앞으로 제2, 제3의 신 의원이 나오고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상당 기간 내각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이 총리만 한 사람이 없으며 이 총리를 교체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昌 대구방문 “정치재개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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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서는 ‘청계천 특수’를 누리고 있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의 급부상 이후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소속 의원들이 이 시장의 ‘대권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일부는 서둘러 줄서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 한나라당에 ‘이명박’이라는 또 다른 구심점이 생겨난 것이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최근 동국대 강정구 교수 사건과 관련해 현 정권을 향해 국가정체성 문제를 정면 제기하며 총공세에 나선 것도 이 시장을 의식해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표는 10·26 재선거에도 ‘다걸기(올인)’를 하고 있다. 압승을 거둬야 당내에서의 지도력을 확실하게 다질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 측의 판단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한나라당의 현 체제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이 분열하거나 어느 한쪽으로 세가 너무 일찍 몰리는 상황은 위험하다는 것이 당내 다수의 공감대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최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그런 당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의원들로서는 줄서기를 강요당하지 않고 대권후보 경선 때까지 상황을 관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변수다. 23일 유승민(劉承旼) 후보 격려차 대구를 방문한 이 전 총재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 재개의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총재는 최근 자신에 대해 “너무 안주한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했던 이 시장을 ‘질책’해 공개 사과를 받아내는 등 영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제3세력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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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국민중심당(가칭)+자민련 및 무소속+α’로 대표되는 ‘제3당 연대’의 출현 가능성도 관심사다.
정치권에선 3당 연대의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각 당이 ‘자체 브랜드’로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 호남·충청지역 단체장을 배출한 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고건(高建)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다시 뭉친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의석을 합치면 14석. 고 전 총리가 나서면 여기에 자민련(3석)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일부 이탈 세력을 흡수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원내 연대’ 차원의 시나리오지만 향후 진전에 따라서는 대권 연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여야의 대선후보군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에 고 전 총리도 머지않아 선택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3당 연대는 이념적으로는 보수, 지역적으로는 호남·충청과 가깝다. 따라서 기존의 양대 정당(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어느 쪽과도 명분을 앞세운 연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정계 개편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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