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권이 국기를 흔든다”=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정권의 정체성을 확실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수구꼴통 좌파 인사를 정권적 차원에서 두둔하고 나섬으로써 대다수 국민은 뒤통수를 해머로 맞은 것과 같은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 정권이 대한민국의 국기(國基)를 파괴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국민이 정체성 의혹을 갖게 된 것은 강 교수 사건 하나 때문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더글러스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에 대한 정부 여당의 늑장 대응 △거액이 들어가는 대북 전력 공급 추진 △북한 ‘아리랑’ 공연 방문자 520여 명 신원조회 생략 등을 거론했다.
민주당 최인기(崔仁基) 의원은 “과거를 비하하지 말고 나라의 정통성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 정부는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적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박근혜 대표가 유신 회귀한다”=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대놓고 비난하며 “유신독재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유선호(柳宣浩) 윤호중(尹昊重) 의원 등은 “아버지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 반대자를 용공으로 몰고 있다”며 “박 대표가 자유와 인권을 우선시하는 정부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체제를 파괴하고 있다는 독설을 퍼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유필우(柳弼祐) 의원은 미리 배포한 질의 자료에서 “천 장관이 결과적으로 국론 분열을 일으켰으니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며 ‘쓴소리’를 했으나 실제 질문에서는 “지휘권 발동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일부 지적이 있다”고만 했다.
▽이해찬 총리, “김수환 추기경 이해 못해”=답변에 나선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정체성에 관한 얘기는 대체적으로 1997년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끝났다. 일일이 답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전제한 뒤 “이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총리는 또 수사지휘권 행사 파문이 남북 정상회담 추진용이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정부는 강 교수 구하기 하지 않는다. 이런 정도의 낮은 수로 정상회담 추진 안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최근 본보와의 특별회견에서 강 교수 파문으로 인한 국가 정체성의 혼란을 우려한 김수환(金壽煥) 추기경 등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총리는 김 추기경 회견 기사를 읽었느냐는 한나라당 장윤석(張倫碩) 의원의 질문에 대해 “종교지도자인 추기경이 정치적 발언을 하신 것 같은데 노 대통령이나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처럼 지적하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찰 장악용?=야당 의원들은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검찰을 장악하기 위한 노림수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정종복(鄭鍾福) 의원은 “이번 파문은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수사를 정권 의지대로 몰고 가기 위해 검찰을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천 장관은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지키라는 차원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국가 정체성 등 본질을 호도하는 문제로 확대시키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있다”고 언론과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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