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圈 ‘전면 개헌’ 겨냥하나…鄭통일 “영토조항 손질” 파장

  • 입력 2005년 10월 25일 03시 16분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24일 헌법 3조의 영토조항을 손질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여권의 개헌 논의가 단지 권력구조 개편에 머물지 않고 전면적인 개헌을 지향하고 있음을 뜻한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그동안 간간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규정한 이 조항의 개정 얘기가 나오곤 했다. 여권은 이 조항을 손질하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정 장관 정도의 핵심 인사가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적은 없었다.

▽영토조항, 어떻게 손질?=정 장관은 이날 영토조항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일본은 영토조항이 없다. 중국 같은 나라는 영토조항이 있지만 이런 것을 포함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영토조항 삭제’ 쪽에 무게를 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학계 내에서는 이 조항이 한반도에서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규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의 근거 조항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때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는 헌법의 영토조항에 어긋나는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조항을 없애거나 대한민국의 영토를 휴전선 이남 지역으로 고쳤을 때에는 문제점도 예상된다.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는 어떻게 되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이 조항의 손질은 민감한 문제이고, 개헌 논의 때 엄청난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학계 일각에서는 ‘이 조항을 그대로 두되, 통일 전까지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두자’는 의견도 있다.

▽여권의 복안은 전면적 개헌?=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이날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이번에는 새로운 헌법을 만든다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충분한 토의가 필요하다”고 전면적 개헌론을 제기했다.

이 총리와 정 장관의 얘기를 종합하면 여권의 복안은 권력구조 개편은 물론 영토조항의 손질, 상하 양원제 도입 같은 지역구도 해소 방안 반영에 이르기까지 헌법을 전면적으로 손질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에 비춰 여권 핵심부 내에서는 어느 정도 개헌에 관한 윤곽이 그려져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헌 문제, 이미 공론화?=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여당 의원들은 물론 개헌 문제의 조기 공론화에 반대해 온 한나라당에서도 3명의 의원이 개헌 얘기를 꺼냈다. 개헌 문제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에는 개헌 정국으로 급속히 이동할 수밖에 없고 이를 매개로 한 정계 개편도 뒤따를지 모른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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