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학계에서는 그동안 간간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규정한 이 조항의 개정 얘기가 나오곤 했다. 여권은 이 조항을 손질하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정 장관 정도의 핵심 인사가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적은 없었다.
▽영토조항, 어떻게 손질?=정 장관은 이날 영토조항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일본은 영토조항이 없다. 중국 같은 나라는 영토조항이 있지만 이런 것을 포함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영토조항 삭제’ 쪽에 무게를 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학계 내에서는 이 조항이 한반도에서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규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의 근거 조항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때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는 헌법의 영토조항에 어긋나는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조항을 없애거나 대한민국의 영토를 휴전선 이남 지역으로 고쳤을 때에는 문제점도 예상된다.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는 어떻게 되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이 조항의 손질은 민감한 문제이고, 개헌 논의 때 엄청난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학계 일각에서는 ‘이 조항을 그대로 두되, 통일 전까지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두자’는 의견도 있다.
▽여권의 복안은 전면적 개헌?=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이날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이번에는 새로운 헌법을 만든다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충분한 토의가 필요하다”고 전면적 개헌론을 제기했다.
이 총리와 정 장관의 얘기를 종합하면 여권의 복안은 권력구조 개편은 물론 영토조항의 손질, 상하 양원제 도입 같은 지역구도 해소 방안 반영에 이르기까지 헌법을 전면적으로 손질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에 비춰 여권 핵심부 내에서는 어느 정도 개헌에 관한 윤곽이 그려져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헌 문제, 이미 공론화?=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여당 의원들은 물론 개헌 문제의 조기 공론화에 반대해 온 한나라당에서도 3명의 의원이 개헌 얘기를 꺼냈다. 개헌 문제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에는 개헌 정국으로 급속히 이동할 수밖에 없고 이를 매개로 한 정계 개편도 뒤따를지 모른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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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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