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던 이해찬 국무총리는 24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예의 그 ‘뻣뻣한’ 면모를 또다시 유감없이 과시했다.
질문을 정면으로 받아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질문자의 화를 돋우는 수준이었다. “국민을 이간시키려는 전술에 말려들 정도로 미숙한 총리가 아니다”라거나 “그 정도 낮은 수를 쓰는 정부가 아니다”라는 답변도 나왔다.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이 현 정권의 이념 정체성을 밝히라고 하자 마침 이날 본회의를 방청하던 인도네시아 국회의원 5명을 가리키며 “지진해일(쓰나미) 피해를 본 나라의 의원들이 계신 자리에서 그런 사안에 답하는 게 창피하다”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 발언 파문에 대해서는 “사회가 자꾸 변해 가는데 여러 가지 제도와 의식이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컬처럴 래그(cultural lag·문화지체)’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해 강 교수 발언을 문제 삼는 행위를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해석했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걸고 넘어지자 이 총리는 장 의원이 공안부 검사 재직 시절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던 것을 상기시키고 “뭐가 부당한 것이냐”며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총리의 태도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이 총리만 한 사람이 없다”며 힘을 실어준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 총리는 1990년 평민당 소속 국회의원 재직 때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강영훈(姜英勳) 총리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아 ”내가 나이 어린 의원이지만 따질 것은 따져야겠다”며 “연세 잡수신 분이 거짓말을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느냐”고 항의한 바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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