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정부는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한 인터넷 매체와의 회견에서 “한미 간에도 실속과 실질에 있어 약간의 긴장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데, 이를 침소봉대해서 무슨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일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클린턴 의원의 문제 제기도 기껏해야 ‘침소봉대’이거나 ‘호들갑 떨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노 대통령의 답을 듣고 싶다.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한미관계의 이상 징후를 우려하는 워싱턴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무부를 비롯한 미 정부 관계자들은 “한미동맹은 튼튼하다”고 말하지만 의례적인 외교적 언사(言辭)에 가깝다. 의회는 물론 미국 내의 수많은 한반도 문제 전문가 중에서 한미관계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 정권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우리 안보와 번영의 중심축이다. 아무리 사소한 이상 징후라 하더라도 그 원인을 찾고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걱정하는 사람들을 ‘냉전사고에 갇힌 친미(親美) 사대주의자’ ‘노무현 정권이 싫어서 한미관계가 어긋나기를 바라는 세력’쯤으로 매도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 정권의 이런 비뚤어진 인식의 그늘 아래에서 한미관계가 서서히 형해화(形骸化)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전에 노 대통령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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