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기회에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03년부터 3년 내리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에 불참 또는 기권했지만 이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 남북관계가 좋아져 북한 주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는가. 오죽하면 주미(駐美)대사관의 우리 외교관들까지 북한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될지 모른다며 우려를 표명했겠는가.
미국 하원은 어제 북한인권법 제정 1주년을 맞아 이 법의 실행을 점검하는 청문회를 열었다. 미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의 일부 시민단체와 함께 12월 서울에서 대규모 북한인권 국제대회를 갖는다. 외국 정부와 국내외 민간단체들이 이처럼 발 벗고 나서는데 정부는 여전히 북한 눈치만 살피고 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며칠 전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인 인권옹호를 잣대로 삼아 북한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체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충고를 정부가 과연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김정일 폭압체제를 방조(傍助)하는 대북 인권정책은 한국의 국제적 소외까지 부를 조짐이다. 내달 유엔총회가 반전(反轉)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결의안에 당당히 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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