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일각에서 거론되던 조기 전당대회 목소리는 쏙 들어갔고 돌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번 재선거를 승리로 이끈 박근혜(朴槿惠) 대표 체제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수면 아래의 움직임은 다르다.
‘박풍(朴風)’의 위력을 다시 한번 보여 준 박 대표는 이번 승리를 계기로 당직 개편 등을 통해 더 강력하게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들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차 경합은 내년 지방선거의 공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박 대표가 일단 유리한 위치에 서 있지만 이 시장 측도 공천심사위원회 등 공식기구에서 자파 의원을 통해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선 박 대표와 이 시장 간에 팽팽한 긴장 구도가 형성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과거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이 일찍 굳어졌던 것이 오히려 ‘독(毒)’이 됐던 만큼 두 경쟁자가 최대한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다가 정면 승부를 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도 특단의 지지율 반등 대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을 노리고 있는 당내 후보군의 각축도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3선의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정계 인사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의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 출사표를 던졌다.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도 조만간 당직을 사퇴하고 서울시장 경선 채비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별도의 정책팀을 가동해 이 시장의 청계천 공약을 능가하는 ‘한강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원내총무와 사무총장 등을 지낸 이재오(李在五) 의원도 ‘청계천에서 한강까지’ 포럼을 발족한 데 이어 다음 달 3일 출판기념회를 갖고 시장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박진(朴振) 의원은 다음 달 중순 자신의 다이어트 성공기를 엮은 ‘박진감 있는 돌고래’와 ‘우익국가’ 번역본을 출간하고 출마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초선의 진영(陳永)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처럼 일부 인사의 각개 약진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선 “자만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여권 핵심부가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대연정’ 공세에 버금가는 갖가지 방안을 모색할 것이 분명한 만큼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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