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오류 미리 알아도 쉿!” 황당한 홍보정책

  • 입력 2005년 10월 28일 03시 02분


올해 초 정부 부처의 한 홍보담당 직원은 인터넷에 뜬 일간지 기사의 잘못된 통계 숫자를 발견하고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 고치려다 상급자에게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 신문이 발행된 뒤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직원은 “신문이 독자에게 배달되기 전에 오류를 고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직원은 “간단한 오류조차도 신문이 배달될 때까지 기다려 문제 보도로 분류하고 정정보도를 신청하는 것이 올바른 국정홍보냐”며 “국민만 헷갈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특정 신문에 정책을 홍보하는 글을 기고했던 모 위원회 위원장이 청와대에 경위서를 제출한 일도 있다. 이 위원회 홍보담당 직원은 “특정 신문에만 기고하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요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기자실에선 황당한 장면이 쉴 새 없이 연출된다. 브리핑실에 기자들을 모시기(?) 위한 홍보담당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죄송합니다. 지금 우리 부 브리핑 실적이 너무 나쁘거든요. 5분이면 되니까 브리핑에 좀 참석해 주세요.”

기사감이 안 되더라도 브리핑 실적만 많으면 각 부처의 홍보 점수가 올라가는 이상한 홍보 행태가 빚어낸 기현상이다.

현 정부의 국정홍보정책이 ‘정도(正道)’를 벗어나고 있다. 국정을 국민에게 올바로 알리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언론사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신청 등 분쟁 실적 늘리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참여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 기자의 공무원 방문 취재를 금지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언론보도에 투명하게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각 부처의 중재 신청 등을 독려하고 있다.

또 올해 8월 말 특정 언론사에 대한 공무원의 기고를 사실상 금지하는 지침을 만드는 등 비판 언론 ‘옥죄기’에 나선 데 대해 일선 행정부처 홍보 담당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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