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브리핑=정부는 2003년 3월 공무원 사무실 방문 취재를 금지하면서 수시로 브리핑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실 있는 브리핑 제도는 정착되지 못했다.
주 1회 이상 약속한 장차관 브리핑은 올해 상반기 평균 0.5회에 그쳤다. 수시로 하겠다던 실국장 및 팀장급 간부의 브리핑은 주 1.6회 수준.
그나마 이뤄지는 브리핑도 이미 확정된 정책을 발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책수립 과정에서 드러난 부처간 이견이나 의견 조정 과정을 소상하게 밝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브리핑 내용을 보면 자화자찬이거나 단순 행사안내 등 국민과 별 상관없는 것이 많아 언론매체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다.
일례로 ○○부가 올 초부터 이달 25일까지 배포한 383건의 보도자료 가운데 기사로 반영된 것은 전체의 20%에 못 미친다.
알맹이 없는 브리핑은 연간홍보실적 평가마감일(10월 31일)을 앞두고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브리핑 건수가 많을수록 홍보점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소송 건수가 홍보 실적(?)=○○부의 홍보관리팀 직원은 매일 출근하자마자 신문을 뒤져 ‘문제 보도’를 찾는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또는 반론보도를 많이 신청할수록 홍보 점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중재위를 거친 뒤 실제로 정정 또는 반론보도가 나왔는지는 실적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오보를 바로잡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권리이자 언론의 의무다. 문제는 보도내용이 사실인데도 정부가 정정 또는 반론보도 청구권을 무차별적으로 행사하도록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올해 상반기 문제 보도 대응은 월평균 38건으로 지난해 20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연간 50건 안팎이던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와 비교할 때 8배가량 늘어난 수치.
그러나 올해 들어 이달 25일까지 정부 부처가 중재를 신청한 342건(진행 중 33건 제외) 가운데 기사가 잘못됐다는 정정보도 게재 결정이 난 건수는 전체의 36.3%인 124건이었다. 나머지는 기사에 하자가 없더라도 신청인의 입장이나 관계 등을 고려해 실어 주는 반론보도(31.0%)나 기고문(12.0%) 등이다.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는 중재위 신청 사건 가운데 기사가 잘못된 것으로 인정된 경우에만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바꿀 방침”이라고 말했다.
▽편 가르기와 편파 대응=참여정부가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언론을 사실상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 편파 대응을 하는 점도 문제다.
국정홍보처는 8월 말 각 부처 홍보관리실에 보낸 ‘정책 홍보 업무처리에 관한 기준’에서 ‘정부 정책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현저하게 사실과 다른 보도를 지속하는 매체’에 대해서는 특별회견이나 기고를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중앙부처의 홍보 관계자는 “해당 매체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문화일보”라고 귀띔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특정 신문을 지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언론을 겨냥한 신고포상금제까지 만들어 감시와 통제의 강도를 높인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화여대 이재경(李載景·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참여정부 홍보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언론에 대해 편 가르기를 한다는 점”이라며 “진실로 참여민주주의를 바란다면 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유명무실한 브리핑 제도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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