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용-발표용 달라
재경부는 9월 12개 부처 장차관이 참석한 사회안전망 대책 간담회 때 “부가가치세율이 낮지 않은 만큼 세율을 높이면 물가에 부정적”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현행 부가세율이 10%로 유럽연합(EU) 각국의 평균 부가세율(16∼21%)보다는 낮지만 EU의 생필품 부가세율이 3∼5%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게 아니라고 했다.
또 한국의 전체 국세에서 부가세, 특별소비세 등 소비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38.8%로 일본(20.1%) 영국(32.7%) 독일(29.2%)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재경부가 1일 발표한 ‘감세 논쟁 논점정리’에선 관점이 바뀌었다. 한국의 부가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7.7%보다 낮아 세율을 더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
법인세와 소득세율에 대한 해석도 내부용과 발표용이 달랐다.
9월 간담회 때는 성장을 위해 두 세율을 올해 초에 내렸고 캐나다, 호주 등도 세율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세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한 셈.
반면 이달 자료에선 “세율을 내려도 투자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재경부는 또 9월 보고서에서 두 세율을 각각 1%포인트 올리면 세수가 2조3000억 원 늘 것이라고 봤으나 11월에는 두 세율을 1%포인트씩 내리면 세수가 2조7000억 원 감소한다고 했다.
세율을 같은 비율로 조정하면 세수도 같이 변한다. 하지만 세율을 올려도 세금이 별로 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 때와 세율을 내리면 세금이 크게 줄어든다는 논리를 펼 때 금액을 다르게 제시했다.
○ 세제, 정치에 휘둘려선 안 돼
재경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비율인 조세부담률을 해석하는 기준도 필요에 따라 다르게 했다.
9월 보고서에선 해마다 조세부담률이 늘었다며 세율을 더 높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11월 자료에선 OECD 30개국 중 조세부담률이 26위로 낮아서 세율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상겸(金尙謙) 연구위원은 “정치 논리에 따라 세제가 바뀌면 국민 부담만 커진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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