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제3위원회 회의장.
탈북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 식량 위기 재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보고가 끝나자 토론이 이어졌다.
▽캐나다 대표=탈북 여성들을 대상으로 인신매매가 자행되고 있는 점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는 것 같아 우려가 됩니다.
▽일본 대표=북한은 아예 특별보고관의 조사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납치된 일본인 문제에 대한 대화 요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중국 대표=북한에 좀 더 시간을 주는 게 어떨까요. 이 문제는 동북아 전체 정세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수단 대표=대결보다는 협력을 통해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개발도상국의 문화에 대한 선진국들의 이해가 매우 부족합니다.
요즘 제3위원회는 개별 국가의 인권 상황과 함께 여성, 인종 등 각종 인권 현안까지 논의되면서 마치 국제인권대회를 방불케 할 만큼 열기가 뜨겁다.
인권 문제가 유엔 차원에서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이슈, 모든 국가가 지켜야 할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것이다.
해당국 대표 면전에서 인권 문제가 정면으로 거론되면 해당국은 대체로 반발한다.
미얀마 대표는 “인권보고서가 균형을 잃고 과장됐다”며 보고서가 잘못 작성됐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
반면 북한은 항상 ‘미국의 음모’를 거론한다. 북한 대표는 지난달 31일에도 “미국이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우리 체제를 전복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북한 대표는 EU에 대해서는 “미국을 돕고 있다. 과거 840만 명의 한국인을 납치한 일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일본인 10명 납치’를 문제 삼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로 바뀌고 있는데 북한은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상대방만을 비난하는 ‘북한 스탠더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의장에서 자국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한 로비전도 활발하다. 미얀마 인권 문제가 집중 부각되자 북한 대표가 “유엔이 국내 문제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북한 지원 세력은 주로 수단, 쿠바 등 비슷한 처지의 나라지만 소수다. 중국은 북한을 옹호하지는 않지만 북한을 심하게 압박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일본은 북한 인권 문제가 나오면 매번 발언을 빼놓지 않는 등 강한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인 납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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