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8명을 포함해 의원 11명에게 모두 3600만 원을 후원했지만 단 한 번도 기부자 명부에 자신의 직업을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았다. 그는 ‘회사 대표’ ‘기업인’ ‘자영업’ ‘회사원’ 등으로 자신의 소속과 직위를 숨겼다.
▽엉터리 신상 정보=이처럼 상당수 기부자의 신상 정보가 엉터리로 기재돼 있다. 직업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아예 없거나 직업이 애매하게 기록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본보가 기부금 6624건의 기부자 신상정보를 분석한 결과 1006건(15.2%)은 기부자의 직업이 적혀 있지 않았다. 682건(10.3%)은 주민등록번호가, 485건(7.3%)은 연락처가, 252건(3.8%)은 주소가 없었다.
또 직업란에 ‘사업’ ‘자영업’ ‘기업인’ ‘경영인’ 등 포괄적으로 기재된 것이 2000건(30.2%)에 이르렀다. ▽성별 바꾸기=주민등록번호의 한두 숫자를 바꿔 생년월일이나 성별을 가짜로 기록하는 ‘꼼수’를 쓰는 기부자도 적지 않았다.
레미콘 업체를 운영하는 유모(73) 씨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B 의원에게 300만 원의 후원금을 건네며 주민등록번호의 성별숫자를 바꿔(1→2) 마치 여성인 것처럼 기재했다.
1946년생인 한모(항공사 간부) 씨는 출생연도를 1945년으로, 대형건설업체 상무인 장모(47) 씨는 출생일을 ‘3일’과 ‘8일’로 달리 적기도 했다.
▽부인 통한 편법기부 여전=6624건 가운데 기부자가 주부인 경우는 모두 124건이었다. 이들 가운데 그룹 총수 등 유명인의 부인이 적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 한 간부의 부인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B 의원에게 3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간부는 부인과 별도로 같은 당 법제사법위 C 의원에게 300만 원을 건넸다.
D그룹 박모 회장은 국방위 소속 열린우리당 D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는데 박 회장의 부인도 D 의원에게 200만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이는 ‘한 사람이 한 의원에게 연간 500만 원을 초과해 기부할 수 없다’는 정치자금법 규정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편법기부로 보인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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