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응답자 10명 중 6명은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 ‘정계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의 양당체제가 어떻게든 변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대통령제를 개편하기 위한 ‘개헌’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으며, 대안으로는 ‘4년 중임 대통령제’가 첫손에 꼽혔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한나라당이 지지율 41.6%를 기록해 열린우리당(20.6%)을 배 이상 앞섰다.
▽‘정계 개편 가능성 크다’=차기 대선인 2007년 말까지 열린우리당-한나라당 중심의 정당 구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30.9%였지만 이보다 배 이상 많은 62.5%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변화를 점친 응답자 중에서는 지지 정당이 민주당(71.4%)과 한나라당(69.2%)인 경우가 특히 많았다. 열린우리당 지지층(54.2%)은 민주노동당(60.2%) 지지층보다 정계 개편 가능성을 낮게 봤다.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자민련+국민중심당·가칭)은 지지율이 각각 5.7%, 2.1%에 불과했으나 민주당은 호남(22.5%)에서 1위인 열린우리당(31.4%)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또 중부권신당도 충청(9.1%)에서 일정한 지지층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헌 논의는 어떻게=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56.6%)가 ‘필요하지 않다’(36.7%)는 답변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59.0%)에서 특히 개헌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권력구조 형태로는 ‘4년 중임 대통령제’ 선호도가 34.5%로 가장 높았다. 현재의 5년 단임제가 26.5%, 대통령이 외교 안보를 맡고 총리는 행정을 책임지는 이원집정부제가 18.3%로 뒤를 이었다. 내각제는 13.0%로 가장 낮았다.
지역별로 보면 4년 중임제 선호도가 서울(39.0%)에서 가장 높았고 호남(29.5%)에서 가장 낮았다.
5년 단임제는 강원 제주(42.7%), 이원집정부제는 호남(24.2%), 내각제는 대구 경북(19.7%)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았다.
▽한나라당 약진=한나라당 지지율이 ‘마(魔)의 벽’이라 일컬어진 40%대에 진입한 것이 특색. 남성(37.6%)보다 여성(45.5%)에게서, 30대(30.0%)보다 20대(30.4%)에서 더 후한 지지를 받았다.
한나라당은 이례적으로 호남에서 12.2%의 지지율을 보여 민노당(10.9%)보다 높았다. 블루칼라(52.0%), 주부(49.3%), 무직(45.4%·기타 계층 포함) 등 ‘중산층과 서민’ 계층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열린우리당은 10·26 재선거 패배 전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 초중반까지 떨어졌던 하락세를 조금은 만회했다. 그러나 30대의 지지율(24.0%)이 민노당(23.0%)과 엇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20대 지지율(32.9%)도 한나라당(30.4%)과 별 차이가 없었다. 지역별로는 강원 제주(10.5%)에서 가장 낮았고 호남(31.4%)에서 가장 높았다.
뚜렷한 호재가 없는 민노당(11.9%)은 약보합세를 유지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 대선후보 호감도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고건(高建) 전 국무총리는 8월 본보 조사 때 35%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9월 들어 25.7%로 떨어졌고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26.4%로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20% 안팎의 선호도를 보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대표 등 한나라당 주자들은 오차범위 내의 근소한 차이로 2, 3위를 기록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도 고건 선호=고 전 총리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선 9월 시점은 이 시장이 본격 부상한 시기와 일치한다. 올해 3월 13.7%였던 이 시장에 대한 선호도는 청계천 복원사업이 완료된 9, 10월을 전후해 20% 선까지 올랐고 이번 조사 결과 그 효과가 줄곧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의 경우 4·30 재·보선의 압승 직후인 5월 24.6%까지 치솟은 이후 하향세를 면치 못했으나 10·26 재선거의 승리에 힘입어 반등하는 추세다.
지역별로는 호남에서 고 전 총리가 45.7%의 선호도로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고 전 총리는 대전 충청에서도 31.6%로, 이 지역 2위인 박 대표(20.1%)에 비해 크게 앞선 1위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이 시장이 30%로 1위를 차지했다. 박 대표는 대구 경북에서 33.4%로 여전한 세를 과시했다.
고 전 총리는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선호도가 30.8%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23.1%로 가장 낮았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 가장 많은 29.9%가 고 전 총리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 시장을 선호한다는 응답도 13.1%에 이르렀다. 열린우리당 주자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21.6%였다.
▽대선주자 분야별 능력 평가=대선주자들의 분야별 능력 평가를 보면 ‘경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는 이 시장을 꼽은 응답자가 29.3%로 가장 많았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국정운영 능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아 달라’는 문항에서 ‘경제 정책에 대한 식견’이라는 응답이 64.7%로 가장 많았다. 이 점에서 이 시장이 전체 선호도에서 2위를 기록한 것은 ‘경제 프리미엄’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식견이나 감각’ 면에서는 고 전 총리가 26.6%로 가장 많이 꼽혔다. 고 전 총리는 ‘사회 갈등 해소’ 면에서도 29.6%로 1위를 기록했다. 부드러운 이미지에 되도록 정쟁(政爭)을 피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 박 대표가 21.9%로 뒤를 이었다.
‘통일의 기반을 갖출 수 있는 인물’로는 정 장관이 26.1%로 1위였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국정운영 능력 중 ’통일기반 확충 능력‘이 중요하다고 꼽은 응답자는 3.7%에 불과했다. 정 장관이 이 분야의 능력 평가 1위를 받고도 전체 선호도에서 4위로 처진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등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분야별 전문성에서도 5% 이하의 지지를 받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與재선거 全敗,“黨에 책임” 36.4% “靑에 책임” 35%▼
10·26 재선거가 치러진 4개 선거구에서 여당이 전패(全敗)하고 이로 인해 내부갈등을 겪게 된 데 대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6.4%가 ‘열린우리당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26.6%)과 청와대 참모진(8.6%) 등 ‘청와대’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본 답변은 35%, ‘이해찬 총리와 행정부’라고 답한 응답자는 11.9%였다.
20대와 30대는 각각 47.1%와 39.2%가 열린우리당에, 40대와 50대는 각각 32.8%와 34.6%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1차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잘 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27.9%), 경기 인천(32.2%) 지역에서 가장 낮았고 호남(42.6%)에서 가장 높았다.
직업별 분류로 보면 경기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 무직(29.7%·기타 포함), 주부(31.3%), 자영업자(31.7%) 계층에서 긍정 평가 응답 비율이 가장 낮았다. 화이트칼라(35.0%) 층은 평균보다 높았다.
교육수준별로도 중졸 이하(30.4%) 고졸(32.4%) 계층이 대학 재학 이상(36.5%) 계층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기득권층’의 지지도가 높았음을 보여줬다.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는 70.8%, 민주노동당 지지층에서는 49.8%가 긍정 평가를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79.5%,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69.6%가 ‘잘 못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전체적인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 응답 비율은 33.8%였다. 이는 대연정론을 제기한 직후인 8월 본보-KRC 조사에서 25.0%를 기록한 데 비하면 다소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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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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